11월 5일부터 첫 방송을 타게된 SBS의 월화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 연가시, 간첩에 이은 김명민의 새로운 작품이자 베토벤 바이러스 이후로 안방극장을 찾아오지 않았던 김명민의 드라마이다. 드라마의 기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드라마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제작사 대표 김명민(극중 앤서니 킴)과 '인간애'를 강조하는 작가 정려원(극중 이고은)이 서로 만나 드라마를 제작해 나가는 과정을 그려 나가고 있다.

 

드라마는 빠른 스토리 전개를 강점으로 삼고 있다. 이제 4회인데, 장항준이 작가를 맡은 싸인도 그랬지만, 이렇게 빨리 흘러도 되나 싶을 정도로 빠르다. 후반부에는 어떻게 흘러갈지 장담은 못하겠지만. 또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드라마계의 이야기들, 가령 '편성을 위해 드라마국 국장에게 로비'를 한다거나, '외압에 의한 작가 교체', '생방송 수준으로 방송되는 드라마계의 현실' 등. 장항준 감독이 싸인 연출에서 하차하면서 했던 농담같은 말을 빌리자면, '춥고 졸려서' 그만 뒀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그런 현실을 녹여낸 것일수도 있다.

 

하얀거탑의 장준혁,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그리고…

 

 

김명민은 지금까지 총 4개의 드라마에 주연을 맡았다. KBS 1TV에서 방영한 불멸의 이순신을 시작으로, SBS의 불량가족, MBC의 하얀거탑과 그리고 베토벤 바이러스. 불멸의 이순신이 김명민이라는 배우를 사람들에게 알려준 작품이라고 한다면 하얀거탑과 베토벤 바이러스는 김명민을 국내 정상급의 '실력파 연기자'로 발돋움하게 만들어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두개 작품의 배역은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자신의 위치에서 항상 최고, 정상을 향해 달려간다는 점이다.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방법이 어떻게 다르냐는 점이다. 하얀거탑에서의 장준혁은 현실에 최대한 타협하며 정상의 위치에 도달하기 위해서 노력하며,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는 오직 '실력'으로만 승부한다.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다. 하지만 삐뚤어진 성격으로 그를 따르는 이들은 보기가 드물다는 설정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얀거탑의 장준혁이 실력이 없다는 사실은 아니지만.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는 실력은 뛰어나지만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다. 그것들이 드라마 내에서 3억을 사기 당한 오케스트라를 떠 맡는다는 점이나, 시향을 탄압하는 신임 시장에 맞서 정치와 음악의 구분을 주장하며 지휘자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의 모습에서 이를 볼 수 있다. 강마에만의 그런 독특함이 묻어나는 것이겠지만, 혹자들은 그런 생각을 해 볼수도 있을 것 같다. 자신이 맡은 석란시향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시장과 타협할 수도 있지 않을까? 즉, 장준혁처럼 말이다. 다시 말하면 강마에 같이 사람들에게 열정을 불어 넣으며 모두 다 이끌어 가는 지휘자로써의 인간적인 모습의 강마에와,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뭐든지 하는 장준혁의 모습을 합친 캐릭터. 그런 인물은 나오지 못할까?

 

그런 조합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야기는 신선한데 캐릭터는 익숙하네?

 

 

김명민이 나온 드라마를 모두 봐 온 사람이라면 충분히 느꼈을 테지만 앤서니 킴은 뭔가 익숙한 모습이다. 몇 가지의 대사를 살펴보면 이는 더 분명하다. 먼저 2화에서 앤서니 킴이 이고은 작가에게 함께 드라마를 만들자며 설득할 때 한 말을 살펴보자.

 

그래, 난 나쁜놈이고 비열한 냉혈한이야. 근데 그게 무슨상관이지?
내가 나쁜놈인 것하고 네가 네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것하고 도대체 무슨상관이냐고. 여기서 평생 고등어나 굽다가 인생 쫑내고 싶은거야?
그러다 먼 훗날 다 큰애한테 '엄마도 옛날에 꿈이 있었단다' 말하면 되는거냐고.
꿈은 추억하라고 있는게 아니야. 꿈은 이루라고 있는거야.
그리고 오늘밤이 지나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조차 없어져.
그래, 날 미워해도 좋아. 하지만 부디 네 인생에 미안할 짓은 하지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가 강건우를 오케스트라로 오라며 설득할 때 말을 살펴보자.

 

꿈? 그게 어떻게 네 꿈이야, 움직이질 않는데.
그건 별이지. 하늘에 떠 있는. 가질 수도 없는, 시도조차도 못하는 쳐다만 봐야하는 별. 네가 뭔가를 해야할거 아니야. 조금이라도 부딪히고 애를쓰고 하다 못해 계획이라도 세워봐야 거기에 네 냄새든 색깔이든 발라지는거 아니야. 그래야 네 꿈이다 말할 수 있는거지. 아무거나 같다붙이면 다 네 꿈이야? 그렇게 쉬운거면 의사 박사 판사 몽땅 다 네 꿈하지 왜.
꿈을 이루라는 소리가 아니야. 꾸기라도 해보라는거야.

 

비슷하다고 느껴지는가?

 

 

 

 

하얀거탑에서 부원장과 의사협회 회장, 그리고 장준혁의 장인어른과 장준혁의 만남은 흔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충분치 않을 만큼 자주 나오게 된다. 이곳에서는 은밀한 대화가 오가며 장준혁을 외과 과장으로 만들기 위한 이들의 모습이 단적으로 보여진다.

 

앤서니는 드라마 편성이 확정되었다는 편성확인서를 국장에게 요구하지만 국장은 앤서니에게 제작능력을 나에게 검증하라며 이야기 한다. 와타나베 그룹에서는 편성확인서를 가져오면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하자, 앤서니는 에둘러 돌아가기로 결정하고, 국장에게 뒷 돈을 찔러주기로 한다. 이 역시도 익숙하게 느껴진다.

 

표절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김명민은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 이후 MBC 스페셜을 촬영했다. 1시간 짜리 프로였는데, 그곳에는 김명민 본인의 연기 철학이 담겨 있었다. 그는 그때 이렇게 언급했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 있을때는 배우 김명민이 아닌 그 극 속에서의 주인공으로 먼저 사람들이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그는 강마에로 변신, 완벽한 지휘자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런 모습은 금새 사라지고 그 후 '내사랑 내곁에'를 촬영했다. 완전한 변신을 시도, 성공한것이다.

 

지금의 앤서니 킴도 그 옛날의 드라마의 캐릭터와는 분명 다르다. 비열하며 뻔뻔한 드라마 제작자로 변신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극 속의 김명민은 극 중 캐릭터인 앤서니에 완벽하게 몰입한 것 처럼 보이지만, 극 자체의 앤서니는 이곳 저곳에서 닮은 점이 많이 발견된다.

 

표절이라고는 할 수 없을것이다. 이런 성격을 가진 캐릭터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니까. 하지만 아쉬운 점은 있다. 김명민을 쭉 봐온 시청자로서 다수의 모습이 떠오르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 예전의 모습을 기억하는 시청자라면 드라마의 제왕에서 다른 드라마 속의 캐릭터를 앤서니에게 이입할 수도 있을것이고, 그렇게 되면 드라마 자체의 모습은 흐릿해 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제 4화만 방영된 드라마이다. 속단하기는 이르기에 완전한 평가는 내리지 못하겠다. 다만,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게 아니고 하얀거탑의 장준혁이 아닌 전혀 다른 모습의 앤서니를 남은 기간동안에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래야만 연기대상에서 수상을 또 한번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