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래 투표시간 연장이 대선을 앞두고 큰 화두로 떠올랐다. 투표시간 연장 논의는 사실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 오랜기간동안 논의되어 왔으나 실제로 현실에 반영되지는 않았다. 13대 국회때부터 투표시간의 연장이 논의되어 왔으며 18대 국회로 접어들어 이는 수면밖으로 들어나기 시작했다. 0시부터 24시까지 연장하자라며 극적으로 주장하는 의원도 있었으나 현재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기존의 투표시간에서 2시간 연장을 주장하는 분위기다.

 

투표시간 연장이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선거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으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마냥 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일을 다 마치고 투표를 하러 가자니 이미 투표시간은 지나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에따른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겠지만, 상승하게 될 투표율에 비하여 드는 비용은 미미하기에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선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긍정적인것이 분명하나, 이를 주장하는 논거는 빈약해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투표시간, 한국만 6시?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하면서 내새웠던 문구는 '왜 우리만 오후 6시에 투표가 종료되느냐?'이다. 미국이나 영국, 일본등은 평균적으로 오후 7시에 투표가 종료되며 특히 영국의 경우는 오후 10시까지 진행된다. 이것만 놓고 보자면 우리나라의 참정권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굉장히 탄압받고 있는 듯 해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국과 영국, 그리고 일본의 경우 투표일은 공휴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투표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는 독일이나 프랑스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오후 6시에 투표시간이 종료된다. 그러나 투표시작시간은 오전 8시로 우리나라에 비해 2시간이나 늦게 시작한다. 총 투표시간은 10시간으로 우리나라의 총 투표시간인 12시간에 비해 한참모자르다. 더구나 그런식으로 운영되는 독일과 프랑스는 우리나라에 비해 투표율이 높기까지 하다.

 

투표시간이 짧아서 투표율이 낮은건 아니다

 

다른나라의 경우를 살펴본다면 투표시간이 짧음에도 투표율이 우리나라보다 높다는 것을 보았을 때, 투표율과 투표시간이 간접적으로는 영향이 있을것이 분명하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는 것이 확인된다. 그렇다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 투표시간을 연장한다는 것은 확실한 설득력 있는 근거는 되지 않는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투표율이 저조한 이유는 투표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에 맞는 다른 대안으로 접근해야 한다.

 

투표율이 저조한 이유는 먼저 꼽자면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꼽을 수 있다. 누구를 뽑아봐야 결론은 비슷하니 차라리 뽑으로 가지 않는편이 나에게 낫다는 생각이다. 사실 경제적으로 본다면 어차피 나의 한표는 대세를 움직이는데에 큰 이변을 일으키지 않을 확률이 높으므로 그냥 집에서 쉬거나, 아니면 평소에 하던 일을 쭉 하는것이 이득이다. 굳이 투표소까지 가는데에 비용을 소모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보완하기는 힘들다. 정치인들의 자발적인 변화가 있다면 모를까.

 

다음번을 꼽자면,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투표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발생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특히 그러한데, 투표하나 하자고 직장에 사표쓰고 나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법적으로 제도장치가 마련되어 있지만, 그런게 먹힐리는 만무하고. 그래서 투표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는데 이마저도 지키는 사업장은 흔치 않다. 원래 쉬는날이 아닌 평일이기에 쉽사리 쉬기에는 다소 제한되는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그래서, 이들을 위해 투표시간 연장을 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투표시간 연장외의 다른 대안은 무엇인가?

 

결국은 임시공휴일이라는 제도 자체를 지키지 않는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를 위해서 투표시간을 연장해야 된다는 것이 또다른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의 대안이 투표시간 연장일까? 가령 노동자가 고용주에게 '오늘은 공휴일이고 투표일이니까...'라고 말한다면 고용주가 이렇게 말 할 수도 있게 될 것 같다. '어차피 오후 8시까지 투표가 가능한데'라면서.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의미조차 퇴색되며, 정당하게 말할 권리마저 없어질 뿐이다. 차라리 '1. 임시공휴일을 지키지 않은 사업장에 엄정한 조치를 내리는 것'이 더욱 합리적인 방안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투표를 하지 못하는 사업장은 분명 발생할 것이다. 그렇다면 '2. 부재재투표를 보다 편리하게 변경'할 필요가 있다. 평일날 진행되는 부재자투표를 휴일로 조정하고, 지정된 투표소에서만 투표하게 되어 있는 현재의 부재자투표 방식에서 벗어나 본인이 원하는 곳 어디든지, 그리고 부재자투표소를 현재보다 더욱 늘려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3. 현재의 투표 시스템도 개선' 필요가 있다. 종래의 투표 방식은 정해진 곳에서 투표를 하는 방식이였다면, 이제는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구/시군내에 설치되어 있는 어느 투표소에서라도 투표할 수 있게 변경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업 도중에 나는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충분히 투표를 하고 다시 업무에 열중할 수 있게 될것이다.

 

불순한 의도가 있는것은 아닐까?

 

 

앞서 말한것처럼 투표시간 연장이 가져다 줄 긍정적인 효과는 물론 그 가치가 미비하다손 치더라도 분명 존재하고, 용역결과 그 비용은 30억대 후반에서 100억대 정도로 추산되는데, 그만한 비용을 소비할 가치는 충분히 존재한다.  하지만 다른 대안 역시도 충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마냥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방향으로만 추진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오후 8시까지 근무하는 작업장의 노동자들은 시간을 더 늘려달라고 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투표시간은 어느 시간대까지 연장해야 할 것인가?

 

또한, 무상급식 주민투표 거부운동과 지금의 대선 투표시간 연장논란을 비교해 봤을 때, 투표시간 연장과 관련해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그들이기에, 국민의 참정권을 운운하며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에 급급한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마냥 어느 한편만을 들 수는 없다. 투표시간 연장은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에 관한 중차대한 사안이지만, 이번 대선에 이것이 적용되면서 추진되면 한쪽에는 이득을, 다른 한쪽에는 손해를 주는 구조로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다른 대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것이다.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