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라는 말을 듣거나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느낌들을 적어보라 한다면 무슨 내용을 적을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도 탐욕이나 욕망과 같은 부정적인 내용을 적을것이다. 그런 점으로 미뤄보자면 일반적인 경우에 '돼지'라는 말은 '재물'에 대한 욕심의 대명사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테다. 책 '사람들은 왜 돼지머리를 제물로 즐겨쓰는가?'의 표지는 그런 돼지의 흔한 의미를 잘 살려놓았다. 바로 반란 및 내란 혐의로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받던,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사진의 주인공들의 얼굴을 돼지의 모양으로 표현해 뒀기 때문이다.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은 95년 11월, 2,358억 9천 6백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수감되게 된다. 같은 해 12월, 전두환 전 대통령은 내란, 반란수괴등의 혐의로 구속수감되고, 그 후 검찰은 전 전 대통령도 뇌물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 약 8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을 확인함에 따라 뇌물 수수 관련 혐의를 추가하여 기소하게 된다. 그 두명의 전 대통령이 받았다고 추정되는 비자금의 액수만 1조원에 달하니, 욕심의 아이콘으로 불리우는 돼지의 모양을 그들에게 씌워놓은것 자체가 무리한 표현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는 돼지가 들으면 섭섭할 이야기라고 저자인 이돈환은 책에서 밝히고 있다. 사실 책의 내용대로 언급하자면 돼지들이 스스로 '우리가 그런 오해를 받을 이유는 없다'라며 강변하는 것이다. 우화형식을 띄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주인공이자 저자인 이돈환은 고사를 지내던 도중 돼지들이 만들어 놓은 '스피릿 월드'라는 가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되며, 그런 오해를 받아 억울한 돼지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그들이 인간사회로 향해 날리는 충고의 메세지까지 모두 듣고 오게 된다.

 

돼지는 탐욕의 아이콘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돼지들은 자신들이 탐욕의 대명사가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그들로서는 이런 오해를 받는게 억울하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우리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돼지의 생활을 보고 있노라면, 먹을것에 대한 그들의 욕심으로 미뤄볼 때 그런 말을 듣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 먹을것에 대한 욕심을 부리는 것이지만, 인간들은 그렇지 않음에도 욕심을 부리는데 인간들이 우리에게 탐욕스럽다고 할 수 있는가?' 라는 그들의 반박을 듣고 있노라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그렇지만 영화 마진콜(Margin Call)리뷰의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모든 욕심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을것이다. 적절한 수준의 욕심은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가 되며, 또한 더 나은 사회로의 발전을 약속하는 분명한 방법 중 하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욕심을 부리게 된다면 그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치에서 은퇴하고 나서 남은 여생을 잘 보낼 수 있을만큼의 지원을 정부로부터 받는 두 명의 전 대통령이, 자신의 훗날을 위해 1조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다는 것은, 돼지의 말을 빌려보자면 '생존과는 관계없는 욕심', 즉 탐욕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이는 비단 두 명의 전 대통령만의 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을테다.

 

오직 돈의 가치로만 모든 걸 저울질하려는 사람들

 

 

방금 전 단락에서 '적당한 욕심은 필요하다'라고 언급했었다. 삶을 윤택하게 하며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욕심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요근래의 경우를 보자면, 대부분의 욕심이 단 한곳으로만 귀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책에 나와있는 표현대로 모든 사람들이 '오직 돈의 가치로만 저울질'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점으로 미뤄 볼때, 그 모든 욕심의 종착점은 결국은 '돈'이다.

 

이 부분은 과거와 현재에 인간이 돼지를 대하는 태도를 비교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과거의 인간은 돼지에게 관대해서, 돼지들에게 사람들이 먹고 남은 음식을 나눠주며, 배설물로 땅을 비옥하게 하며, 돼지우리마다 새끼돼지의 웃음소리가 가득해지면 주인집 가정도 웃음꽃이 만발했던 시절이 있었다며 '인간과 돼지가 공생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먼저 전해준다.

 

하지만 그런 공생하던 관계는 돼지 파동 이후 상황은 변화되었고, 한 마리 한 마리 소요비용과 가격을 걱정해야 하는 계산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렸다고 전한다. 즉, 돼지를 돈(豚)이 아닌 돈(錢)으로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실이 이렇게 변한 원인으로 '돼지 파동'을 꼽고 있고, 이러한 원인의 시발점은 '계획과 대책을 세움에 있어 소홀함과 게으름을 일삼던 정치 지도자들과 관료들의 불감증'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물론 돼지의 입을 빌려서이긴 하다.

 

이 난국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키워야 하지만

 

 

돼지들은 '인간들이 우리를 향해 탐욕스럽다고 말할 수 있느냐'라고 말하며, 자신들이 집단사육 시스템 아래에서 당해온 어려움들을 쏟아내며 스피릿 월드로 초대받은 저자에게 쏘아붙여댄다. 인간사회를 정면으로 비판하여 초대받은 저자를 난처하게도 하지만 그들은 교육자인 저자에게(실제로 저자는 서울미술고등학교의 초대 이사장이자, 2013년 현재 이사로 있다) 그런 인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교육밖에 없다며 해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저자는 돼지들에게 오늘날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에 대해서 '학교현장의 자율성을 뺏는 교육관료주의, 교사가 교육자라는 본분을 잊고 스스로를 노동자라 자처하고, 부모들은 더 이상 교육자를 존경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 하면서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한다. 또한 '지식만 전수하려는 교사를 보면 안타깝다'라며 직접적으로 오늘날 교사들에 대한 비판도 서슴없이 글 속에 담아내고 있다.

 

또한 이에 따른 해법으로 '제물 정신'이야 말로 겸손과 지족을 알리는 훌륭한 교육 방법이라고 전한다.

 

사람들은 왜 돼지머리를 제물로 쓰는가?

 

 

저자가 오늘 현대사회에 필요한 해법으로 내놓은 '제물 정신'은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나 여타 사회과학서적처럼 논리 정연한 글과 많은 통계 자료들을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낸 책은 아니다. 앞서서 언급했듯이 우화형식으로 글을 풀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책 '사람들은 왜 돼지머리를 제물로 쓰는가'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가령 우리가 주변 어른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듣고자 할 때 논리적인 답변을 기대하진 않는다. 그런 답변은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당장 도서관으로 뛰어가 찾아보기만 해도 금새 찾아볼 수 있을만큼 많이 있다. 우리가 그런 어른들에게 기대하는 바는 살아 오면서 그 분들이 직접 몸으로 체득한 지혜이자, 생생한 그 시절의 이야기이지 쉽게 찾을 수 있는 논리로 무장된 이야기가 아닐것이다.

 

이 책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이 책을 딱 펼치면 거창한 제목과는 다른 본문에 실망할 수도 있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그렇지만 이 책은 나름의 매력이 있다. 딱딱한 사회과학책이 아니지만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도 잘 지적하고 있으며, 많이 알지 못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책에서 친근감이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딱딱한 서적에 지쳐있다면, 저자가 언급하는 '제물 정신'이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법한 책이다. (사람들은 왜 돼지머리를 제물로 쓰는가? / 말과 창조사 / 이돈환 지음 / 15,000)

 

베스트 리뷰로 선정됐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