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감추고 싶은 자신만의 비밀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것이다. 외모에 대한 것이든지, 자신의 환경에 관한 것이든지 말이다. 그런 비밀을 갖게 되는 경우의 대부분은 남들이 그것으로 하여금 자신에 대한 선입견을 갖을 수도 있다라거나, 그로 인해 상처받을것이 두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신이 진정으로 신뢰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아픔도 공유하기 마련이다. 만약 없다면 그런 사람을 한명쯤은 둘 필요가 있다. 마냥 참고서 혼자서 속 앓이를 한다면 병이 나기 마련이니 말이다.

 

다행이도 우리는 주변의 눈치를 살펴가면서 친구를 만들 필요도 없으니 그러려는 의지만 있다면 비록 노력은 필요하겠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을 테다. 하지만 매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모든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관심을 받는 경우라면 이는 쉽사리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남들이 모르게 만날 수도 있지 않겠느냐 싶지만 그렇게 이목을 끄는 사람과는 쉽사리 친구를 맺지 않으려는 것도 생각해본다면 이는 더 분명하다.

 

신분의 경계가 존재하던 시대에, 그리고 훗날에 왕이 될 사람이 그런 현실에 처했다면 과연 어떨까?

 

말더듬이 왕, 조지 6세(콜린 퍼스 분)

 

 

주인공이자, 왕의 역할을 맡게 될 버티는 '말더듬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연설을 통해 힘을 불어 넣어주고 단결을 시켜야 하는 그의 책무에 비춰봤을 때, 말을 더듬는다는 점은 콤플렉스를 넘어서 그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언어치료사인 제프리 러쉬(라이오넬 로그役)는 그에게 말더듬 치료를 받겠다며 상담하러 온 헬레나 본햄 카터(퀸엘리자베스役)에게 '직업을 바꾸셔야겠네요.'라면서 까지 말했으니 말이다.

 

그런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버티였지만,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지 못했다. 말을 더듬기 때문에 그의 생각을 잘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도 있겠지만, 말을 더듬는다는 이유 하나로 아무도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았고 그저 놀림거리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옛날 자신의 유모가 항상 자신을 꼬집는 덕에 위염까지 생기고, 권위적인 아버지 아래에서 말을 더듬는다는 이유로 항상 조롱까지 당했다. 게다가 자신이 가장 신뢰하고 믿었던 막내 동생마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죽고 말았으니, 버티는 아무도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그는 말더듬을 치료하기 위해 수많은 치료사들을 만나봤지만 시도하는 족족 실패했고, 마지막으로 라이오넬을 찾아가게 된다. 어릴 적 일들로 인해 자신의 마음을 동여메는것에 익숙했던 그에 앞에 나타난 라이오넬의 치료방법은 기술적인 치료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이었고, 버티는 이런 치료방법을 신뢰하지 못한다.

 

학위하나 없는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제프리 러쉬 분)

 

 

버티가 찾아간 라이오넬은 언어치료사 협회에서 인정받는 쪽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호주식 치료방법이 전통적이지 않고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가 말더듬을 고쳐낸 사람은 수도 없이 많으니, 발성법이나 호흡법 같은 기술적인 면에 치중한 '전통적인 방식'이 어떤 특정한 경우에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라이오넬은 학교에서 웅변을 가르치던 사람이었다. 그러던 도중 1차 대전을 맞게 되고, 전쟁 후 돌아온 군인들이 말더듬을 앓는 것을 보고서는 자신의 능력을 이곳에 사용할 수는 없을까 생각한다. 근육치료, 운동 등 전통적인 방식을 통해 그들의 말더듬을 치료해보고자 시도했으나 쉽게 성공하지 못했고, 그러던 중 그는 진정으로 그들이 말을 더듬는 이유는 '그들 내면의 상처를 누구하나 들어주려 하지 않았다'라는 것이었다. 기술적인 문제나 치료방법의 접근이 아닌 심리적인 부분으로의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왕족으로써의 체면도 있겠거니와,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데에 익숙하지 못한 버티가 그런 치료방법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다. 그런 그는 처음에 라이오넬의 무례함과, 자신의 과거를 묻는 질문들에 발끈하여 더 이상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그의 방식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치료를 받기로 결정한다. 단, 기술적인 방법에 한해서만 이였다.

 

치료사와 환자의 관계를 넘어서 친구의 관계로

 

 

그러한 기술적인 훈련에는 역시나 한계가 있었다. 공장으로 찾아가 직원들을 격려하는 행사에서, 처음에는 말을 곧 잘 하나 싶더니 결국은 막혀버려서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훈련을 받아가며 가까워 진 버티와 라이오넬은 서로 가까워짐을 느끼며, 버티의 아버지가 죽은 후 버티는 라이오넬을 찾아가 마음속에 담겨져 있는 모든 이야기를 그에게 하게 된다. 그가 어린 시절 느꼈던 아픔과 아버지의 죽음에 따른 그의 중압감까지.

 

그러던 와중 버티는 형인 에드워드 8세(가이 피어스 분)가 결혼 문제로 인해 왕위에서 물러나자 뒤를 이어 즉위하게 된다. 그 후 갖게 된 대관식에서 버티는, 대주교로부터 라이오넬은 어떠한 학위도, 자격도 없다는 사실을 듣게 되어 실망하지만, 이윽고 둘의 대화에서, 버티는 라이오넬을 계속 자신의 언어치료사로 두기로 결정한다. 라이오넬 역시 버티에게 '당신은 좋은 왕이 될 거다'라며 말하고 둘 사이는 더욱 돈독해지게 된다.

 

그 누구도 자신을 믿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말을 더듬는다는 사실 때문에 항상 소극적이고 남들 앞에 서려 하지 않았던 버티가 자신이 처음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던 평민 라이오넬로부터 신뢰를 받게 된 것은 많은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믿어가며, 위로해주는 친구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세상을 감동시킬 그들의 우정

 

 

당시 조지 6세(버티)가 맞닥뜨린 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유럽전역이 히틀러의 손아귀로 들어가고 있었고, 그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프랑스마저 점령당한 시점에는 영국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지 6세는 독일로부터 런던이 폭격당하고 있을 때에도 궁을 지키며, 국민들을 독려했다.

 

그의 연설, 그리고 폭격 속에서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던 그의 정신은 영국인들의 저항의식을 고취시켰고, 그들을 하나로 단결시킬 수 있는 힘이었다. 그런 그가 연설할 때에 항상 참석하고 지도했던 이가 바로 라이오넬이다. 자신감이 없고 소심하던 사람을 영국의 왕으로써 제 역할을 충실히 다 해낼 수 있도록 그가 도왔던 것이다.

 

살다보면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작 내 모든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을 만 하다는 친구는 사실 드물다. 그리고 그런 친구 하나쯤만 있어도 그 사람의 생은 성공한 것이라며 이야기 할 수 있다는 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스스로가 자신이 왕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매사에 소심하게만 지내왔던 버티였지만 그는 라이오넬을 만나 존경받는 왕으로 후세에 기억될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좋은 친구가 얼마나 있는지로 그 사람의 생을 평가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킹스스피치를 통해 대충이나마 알 수 있을 법 하다.

 

* 영화의 마지막에 나온 조지 6세의 실제 연설 : http://youtu.be/opkMyKGx7T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