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권이 어떻게 유린당하고 있는지는 구태여 여기서 설명할 이유도 없다. 누구나 북한의 참혹한 실체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북한의 비인도적인 행위를 규탄, 북한 주민의 인권 신장을 골자로 한 북한인권법이 2004년 미국에서 통과되어 현재 발효 중에 있으며 일본 역시도 2006년에 북한 인권법을 발효한 상태이다. 국내의 경우에는 2005년에 최초로 발의되었으나 아직까지도 처리되지 못한 채 계류 중에 있다.

 

북한의 주민들은 그런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탈북을 감행하지만 쉽지는 않다. 일단 국경선을 넘어가는 것 자체가 힘이 들며 설령 국경선을 넘어 중국으로 갔다고 해서 한국으로 오는 길이 평탄하지는 않다. 그런 와중에 조선족이나 중국인들에에 의해 인신매매를 당하는 여성들도 있으며, 인신매매를 당하지 않고 우리나라로 입국하고자 한다고 하여도 도중에 중국 공안에 의해 단속이 될 경우 북한으로 강제송환을 당하게 된다.

 

탈북 후 적발될 경우 곧 죽음과도 같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들이지만, 그들은 탈북을 감행한다. 크로싱의 주인공인 차인표(김용수 役) 역시도 탈북을 감행했다. 임신한 그의 부인(서영화, 서용화 役)이 결핵에 걸려 생사의 기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약 하나마저 제대로 구할 수 없는 북한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이니 만큼 대외적으로 '무상의료'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의 재원이 있을 때의 이야기일 뿐, 당장의 의료품과 의료기기가 부족한 북한에서 이는 상상할 수도 없다. 비단 물자의 부족뿐만이 아니라 법체계도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무상의료의 체제는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것이라 할 수 있으나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고 난 후 2002년 7.1조치에 따라 북한은 이제 그런 의료시스템을 노동의 수준에 따라 차등화를 두었고, 책임의 주체가 국가에서 개인으로 옮겨간 실정이다. 물자가 부족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돌아가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WHO 북한대표부 소렌슨 대표가 남북 보건의료 교류 및 협력증진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해 실시한 기조연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북한에서 결핵은 10년 전부터 환자가 급증,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최근에도 해년마다 4만 5천명의 새로운 환자가 생기고 있다.' 라며 '북한의 의료서비스는 심각한 상태'라며 표현했다.

 

환자가 죽어가고 있음에도 약 하나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북한의 현실 속에서, 부인의 죽음을 가만히 목도할 수 없었던 김용수는 중국으로 건너가 약을 사서 다시 북한으로 돌아오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고 탈북을 한다. 그는 계획에 없던 한국으로의 입국에 성공하고, 그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이 중국에서 모은 돈으로 약국을 찾아가 결핵약을 구입하고자 한다. 약국에 찾아가 그는 북한에서 의사가 적어준 약을 사려고 하지만 돌아오는 약사의 말은, 약을 사고자 목숨을 걸었던 그가 듣기에는 어떻게 보면 황당한 이야기이다. '결핵약은 1차 치료제에 한해서 공짜로 줘요'

 

'탈북'보다 두려운 '강제송환'

 

 

비단 의약품의 문제만이 아니다. 북한의 내부 사정은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어서 어떤지 확실하게 산술할 수는 없으나 탈북자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해 본다면 이 영화보다 더한다면 더 했을 테지 아마 덜 하지는 않을 테다. 출처는 불분명 하나 모 탈북자는 이 영화를 보고서는 화를 내며 '고작 저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 같느냐'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말이다. 가장 최근의 영국 선데이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아사 직전의 북한 주민이 자신의 자녀까지 잡아먹었다고 하니[URL]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되지 않나 생각된다.

 

그렇기에 북한 주민들은 탈북을 감행하나 중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하기 위해 시도하는 도중에 중국 공안에 적발되어 북한으로 강제송환 되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서 공안에 적발될 시 2~3개월가량 정치범 수용소에서 재교육을 받은 뒤 다시 고향으로 돌려보낸다고는 하나 확실한 내용은 아니고, 다만 한국으로 입국하려는 과정에서 공안에 적발될 경우 오랜 시간동안 정치범 수용소에서 보내게 된다는 사실만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김용수는 탈북 하는 과정에서 북으로의 강제송환은 당하지 않았으니 어떻게 보면 다행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의 아들인 신명철(김준 役)의 경우는 달랐다. 아버지의 탈북, 연이은 어머니의 병사로 혼자 남게 된 그는 이곳저곳을 떠돌다 비슷한 이유로 자신과 같은 처지가 된 고향 친구인 주다영(미선 役)을 만나게 된다. 그 둘은 김용수를 찾아 탈북하려고 하지만 적발되고, 정치범 수용소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을 받은 친구인 미선은 결국 준이가 태워주는 자전거 위에서 명을 달리하고 만다. 준이는 다행이도 아버지인 김용수가 한국에서 보낸 돈으로 수용소에서 벗어나게 되고, 그 역시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한국으로의 입국을 준비한다.

 

가까운 거리이지만 오기에는 너무나 먼 길

 

 

탈북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영화 속 김용수처럼 중국에서 곧장 한국대사관으로 뛰어드는 방법도 있으며, 다른 나라를 거쳐서 오는 방법도 있다. 그 밖에도 중국 - 라오스 - 태국을 통해 한국으로 입국하는 경우도 있고, 베트남을 거쳐서 입국하는 경우도 있다. 영화 속에서 김용수의 아들 김준은 여러 가지 방법들 가운데에서 몽골을 통하여 한국으로의 입국을 시도하고자 한다.

 

그러나 영화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 그 과정은 쉽지 않다. 일단 중국에서 제 3국의 국경까지 접근하는 것 자체가 힘들며, 그곳에서 국경을 넘는다는 것 역시도 또 어려운 일이다. 지도상에서 우리나라는 북한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지만 이곳까지 오기에는 수많은 위험요소와 장애물들을 넘어서야만 한다. 성인에게도 쉬운 길은 아니니 그의 아들에게는 더더욱 어려운 길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예수는 남조선에만 삽니까?

 

 

2012년 기준으로 현재 탈북을 시도한 사람은 약 20만여 명으로 추산되며 그 중 2만 3천명만이 한국으로의 입국에 성공했다. 나머지는 북한으로 강제송환을 당했을 수도 있고, 중국의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인신매매가 되었을 수도 있으며, 아시아 전역에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묵과하며, 탈북을 하지 못하게 하는데에만 열성이다.

 

그렇지만 이는 비단 북한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도 북한 강제송환 문제에 대해서 정치권은 침묵하고 있으며, 그런 상황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고자 추진된 북한인권법은 의견충돌로 인해 수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UN도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한 마당에, 실질적으로 국경을 맞닿고 있음에도, 이런 현실을 그저 회피하고 있다. 실질적인 제스처는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 사실에 대해 무감각하기 때문도 있다. 누구든지 북한의 참혹한 현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어느 누구라도 현실에서 이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크로싱은 대단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불편해서 숨겨놓고만 있던, 보고 싶지 않아 피하려고만 했던 북한의 진실, 그리고 탈북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글에서는 이 영화가 현 정권을 차지하고 있는 정당의 니즈에 꼭 맞는 반공영화라고 지적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이는 영화를 정확하게 본 것이 아니다. 영화는 단순히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내용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탈북의 과정은 얼마나 위험한지', '왜 그들이 이런 위험한 탈북을 감행하는지', '탈북에 실패하여 강제송환을 당하게 될 경우 어떤 결과에 놓이는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배우 차인표가 영화를 촬영한 이후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을 규탄하는 시위에 참석한 사실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김용수는 한국에 입국해 두고 온 아내와 아들을 생각하며 술잔을 기울인다. 그런 그에게 한 남자가 다가와 '예수님이 있지 않느냐'라며 이야기 한다. 김용수는 그런 그에게 '예수는 남조선에만 삽니까? 세상사람 다 구하러 왔다는데, 이렇게 불공평해도 되는 겁니까? 하나님도 잘 사는 나라에만 사는 거 아닙니까? 아니면! 왜 북조선은 저렇게 내버려 두는 겁니까?'라며 대답한다. 그의 말처럼, '그들은 왜 탈북을 해야만 하는가.'라는 불편한 진실을 우리는 다시 한 번 확인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럴 수 있다면, 우리가 그들의 예수가 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들을 예수에게 인도해줄 수 있는 제자의 역할정도는 할 수 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