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의 영역에서 창조론이 쫓겨난 지는 다윈을 시작으로 하여 지금까지도 쭉 이어져오고 있다. 물론 애초에 창조론은 생물학의 영역에 있지도 않았다. 과학적으로 증명이 절대 불가능한 창조론을 과학으로 그려낸다는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개 이들의 논리는 '이러한 것들이 벌어지기에는 너무 어려우니까' 라거나 '이러한 현상은 발견할 수 없다'는 식으로 기존에 존재하는 이론을 반박함으로써 자신들의 주장에 정당성을 찾고는 한다. 이들의 이러한 논거를 쉽게 설명하면 '진화론이 틀리니까 창조론이 맞다'이다. 당연히 이런 식의 논박은 가능하지도 않은 이야기지만.


그러한 창조론은 언제부턴가 '지적설계론'이라는 말로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우주는 너무도 깔끔하면서도 완벽한 단 몇 가지의 물리학적인 수식들을 가지고 작동하는데, 이렇게 수준 높은 것들이야 말로 누군가가 의지를 갖고 설계하지 않았다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중심이다. 이에 대한 가장 흔한 비유로써 '시계공 논증'이 많이 이용되고는 한다. 만약 당신이 길을 가다가 돌을 발견했다면, 원래부터 이 돌이 여기에 있었다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만약 그것이 돌이 아니라 시계라면 원래부터 여기에 있었던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시계공 논증의 주된 이야기이다. 시계 부품을 한데 모아놓는다고 해서 시계가 저절로 탄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인데, 이는 리처드 도킨스의 '눈 먼 시계공'이라는 책에 의해 반론이 제기되어 현재로써는 지적설계론자들조차도 이 비유를 인용하지 않는 경향이라고 전해진다.


기존의 창조론이 생물학의 영역에서 진화론에 반론을 제기하는 형태였다면, 이러한 지적설계론은 물리학의 영역에서 창조론을 옹호해나가는 것이 그 특징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우주의 물리 체계가 너무 깔끔하면서도 완벽하기 때문에' 이러한 것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설계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야기다. 또한 지적설계론은 창조론과는 달리 그 전면에 신을 등장시키지 않고 '그 누군가'라고 다소 모호하면서도 일반화된 표현으로써 사용한다. 이러한 지적설계론은 창조론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던 일부의 사람들에게 설득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사실상 옳다. 또한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했던 창조론을 과학의 테두리 내에 온전하게 넣음으로써,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반감을 가졌던 사람들도 함께 설득하고자 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지적설계론은 매우 그럴싸한 이론이다. 뜬금없이 바닥에서 시계가 뒹굴 거리고 있는데, 이 복잡한 시계를 보고서 그 누가 갑자기 시계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지적설계론의 문제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바닥에 굴러다니는 이 돌멩이는 지적 존재가 의도적으로 만들었는지 또는 그렇지 않은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결국 그 누군지 전혀 알지 못하는 지적 존재에게 그의 의도성을 직접 물어보지 않은 이상은 절대로 해결될 수 없다는 문제점에 봉착한다. 지적설계론은 진화론을 단순한 추론의 결과라고 비난하지만, 그러한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지적설계론도 결국은 추론의 연장선에 놓여있으며, 따라서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며, 또한 지적설계론이 정답이라고는 말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적설계론과 진화론, 결국 인류는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을 것 같다. 후자가 과학적인 증명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 전자는 믿음을 바탕에 두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상 이 두 논쟁은 이미 논리적으로 진행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나 할까. 하지만 각자의 진영을 더욱 공고히 하고, 또한 아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 사람들을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드리는 일은 아마도 계속되어 나갈 것이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 '신 없는 우주'도 결국은 지적설계론을 믿는 지적설계론자들에게 그것들의 허구성을 알려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공학을 전공하는 사람, 또는 이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참고할만한 반박, 또는 증거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만약 자신이 신실한 기독교 신자라면 이 책은 읽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신 없는 우주 - 6점
빅터 J. 스텐저 지음, 김미선 옮김/바다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