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열심히 일하지 않고 잘 놀기만 하여도 충분히 살아가는 시대이다 보니 옛 우화 '개미와 베짱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교훈이 크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현재 시대상을 반영하는 여러 변조들이 탄생하고 있는데, 응답하라의 연이은 두 시리즈의 성공에서 비춰볼 때 개미와 베짱이를 다르게 해석한다면 현재에도 여전히 그 교훈은 유효할 것임을 추측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개미의 일을 추억을 만드는 것으로, 그리고 그 창고를 추억속 친구들과 물건들로 대체해본다면 말이다. 삶의 고단함과 시간의 녹이 묻어있는 잿빛 골목 벽에 유년시절의 벽화를 그려 넣어 골목 벽을 꾸미듯이, 우리네 삶도 결국은 추억이라는 페인트로 끝없이 마음을 칠해가야만 비로소 위로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 페인트를 차곡차곡 마음의 창고 속에 채워나가는 것은 중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살아가다 보면, 그렇게 열심히 쌓아놓은 페인트를 꺼내어 자신의 마음에 칠하는 방법을 잊어버리는 것 같다. 드라마 속 쓰레기(정우 분)와 나정이(고아라 분)가 긴 시간동안 떨어져 살며 서로의 필요함과 소중함을 잊어버렸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가끔은 누군가에 의해 그 방법을 다시금 상기시킬 필요가 있고, 아니라면 다른 이가 강제로 꺼내주어도 괜찮다. 쓰레기와 나정이도 결국은 칠봉이(유연석 분)에 의해서 강제로 꺼내진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비단 그들의 사랑뿐만이 아니라 신촌하숙에서의 추억, 90년대를 살아온 당신의 추억도 마찬가지다. 단지 그 역할을 다른 것이 아니라 「응답하라 1994」와 1997이 대신한 것일 뿐이다. 1997이 현재의 30대 초반의 추억이라면, 1994는 현재의 30대 후반의 추억이라는 차이 정도는 있겠지만 말이다.

 

혹자들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연이은 성공비결을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에서 찾지만, 앞선 내용들을 고려해보면 이것만으로는 폭넓은 세대의 사랑을 받은 「응답하라 1994」를 설명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해 보인다. 물론 「응답하라 1994」가 사랑을 받은 그 저변에 성나정의 남편 찾기가 있었음은 분명하지만, 무엇보다 「응답하라 1994」의 진정한 성공비결은 오늘날 30대의 그 시절 추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으며 나아가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도 그 시대를 향유하고 또한 동경할 수 있게끔 해줬다는 데에서 찾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인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추억의 페인트를 채워주고, 나눠주고, 그리고 다시금 꺼내주는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것이다.

 

그런 「응답하라 1994」는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라 「들린다면 응답하라, 나의 90년대여」라는 말을 남기고, 한해의 마지막과 그 끝을 같이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1994의 종영을 맞아, 「응답하라 1994」를 네 가지의 키워드로 돌아봤다.


img ⓒ 응답하라 1994 : http://program.interest.me/tvn/reply1994

 

사랑 : 성나정의 남편은 누구인가?

 


앞서도 언급했지만 세대를 아우르는 「응답하라 1994」의 힘은 그 시대를 잘 구현 해냈다는 것에 있지만, 그렇다고 응사에서 성나정 남편 찾기가 맡은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특성상 각 회가 에피소드 형태로 서로 전혀 별개의 내용을 다루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시트콤 형식에서 드라마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는 주요 뼈대가 되는 스토리가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으며, 그 역할을 바로 '성나정 남편 찾기'가 담당했기 때문이다. 결국 응사의 추억도 성나정 남편 찾기라는 든든한 바탕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오히려 이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드라마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저해하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예컨대 13화 말미에서 나왔던 칠봉이의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거나, 또는 19화 말미에 나온 성나정의 「이제는 내가 선택할 차례이다」와 같은 대사들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이는 남편 찾기라는 소재를 통해 시청자들의 눈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 누가 보더라도 무리한 설정을 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설정들이 뒤로 갈수록 더욱 빈번하게 등장하면서 극의 전체 흐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차라리, 김광진의 노래 '편지' 중 「기나긴 그대 침묵은 이별로 받아 두겠소. 행여 이 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두오」라는 가사처럼 둘의 관계를 끝맺는 편이 훨씬 아름답게 그려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보니 칠봉이는 집착한다는, 그리고 나정이의 경우는 어장관리녀 라는 비난을 들으며 캐릭터의 설정이 무너지는 모습까지 엿보였다.

 

때문에 마지막방송을 앞둔 20화에서는 이러한 모든 논란을 잠식시키기 위해서인지, 극 전개가 다소 기형적으로 흘러갔으며 이로 인해 성나정과 쓰레기의 재결합, 쓰레기와 칠봉이의 관계 회복 등이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채 마지막이라는 이유로 급히 수습되었다는 모습을 숨길수가 없었다. 뻔한 결과를 앞두고 그 장면에 슬로우를 거는 예능PD와 작가의 편집과 연출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드라마 PD과 작가의 모습으로 생각해본다면 이렇게 뚝뚝 끊어지는 감정선과 맥락 없는 전개는 누가 봐도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여타의 드라마와는 다르게 극 중 연인의 사랑과 감정에 몰입하기 어려웠고, 21화까지 마음 졸이며 볼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너무 불친절 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러한 모든 것을 배제한 채, 드라마 속에서 이뤄지는 모든 사랑만 놓고 본다면, 모두 그들의 첫사랑을 이뤘다는 공통점이 있다. 1997에서도 첫사랑 코드가 주요한 요소였고, 마찬가지로 「응답하라 1994」에서도 첫사랑은 중요한 내용 중 하나였는데,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응답하라 1994」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를 여기서 찾아봐도 좋을 것이다. 영화 「클래식」처럼 현실의 벽 앞에서 이뤄지지 못한 사랑도 애절하고 아름답지만, 현실의 벽을 넘어 이뤄진 사랑도 빛바랜 사진 속 추억보다는 덜하겠지만 그 과정은 이뤄지지 못한 사랑보다 더 극적이고 소중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누구나 서툴었던, 그래서 더욱 그리운 첫사랑을 기억하고 추억하며 동경 할 테고, 그 사이를 응사가 충분히 잘 비집고 들어왔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우정 : 94학번 동기들의 '신촌하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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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올라온 지 이제 열흘. 20평생 동안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던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고 같은 화장실을 쓰며 난생 처음 만난 녀석과 살을 대며 잠을 잔다. 낯선 도시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사는 낯선 집. 어느 날 문득 찾아온 스무 살의 봄처럼, 내겐 아직 낯설기만 한 이곳 우리들의 첫 번째 서울집, 신촌하숙이다. - 2화 중, 삼천포 내레이션


 「응답하라 1994」를 관통하는 첫 번째 키워드가 사랑, 그것도 첫사랑 이라고 한다면 두 번째 키워드는 바로 우정이다. 이 모습은 드라마 전반에서 짙게 나타나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삼천포와 해태가 서로 이불을 가지고 나누던 대화 속에 이 내용이 가장 잘 녹아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살면서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 맞은 타향생활, 그리고 그 가운데서 맞이한 같은 하숙생들과의 이야기는 낯선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던 그들만의 버팀목이었고, 우리에게 있어서는 그 시절 그 때만이 가질 수 있던 동경의 대상이자 나와 주위를 되돌아보는 성찰의 계기이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날 대학에서도 신촌하숙생들과 같은 관계가 나올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면 아마 어렵지 않을까 싶다. 신촌하숙의 처음이면서 마지막 하숙생인 해태가 떠나는 장면에서 성동일과 이일화의 입을 통해 「요즘 누가 이런 집에서 하숙하려고 하겠느냐」라며 90년대를 학생으로 보내던 신촌하숙 세대와 오늘날의 세대 간의 차이와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결국 신촌하숙이 문을 닫는 장면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달리 표현하면 예전 과거의 세대가 다분히 가족적이었다면 오늘날의 세대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것도 얼마나 오래, 그리고 함께 지내느냐에 따른 것이라고 본다면, 하숙집임에도 각방을 쓰며 사는 오늘 세대에 신촌하숙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고 보면, 흔히 고등학교 친구가 마지막 친구라는 이야기를 하고는 하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던 이유도 아마 친구 간에 서로 하루의 상당수를 같이 보내며 지낼 수 있는 순간이 고등학교로 끝나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대학시절을 보내고 있는 세대들에게 신촌하숙과 같은 이야기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며, 반대로 신촌하숙 세대에게 그런 친구들이 꼭 있을 것이라고도 단정할 수도 없다. 그래서 신촌하숙은 그 시대를 지낸 이들에게도, 그리고 지금을 사는 이들에게도 동경의 대상이면서 그리움의 대상일 수 있는 것일 테다.


방황 : 바라던 꿈과 현실, 그 사이의 거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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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94학번은 다른 말로 IMF 학번이라고도 불린다. 90년대 대학생활을 해온 세대들은 정치와 사회로부터 지난 세대들보다 비교적 자유로웠고, 또한 그 어느 때보다 풍성했던 대중문화를 누리던 세대였다. 그래서 그들은 X세대 이었으며 신인류였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몰락해버린 대한민국 앞에서는 그들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극 중에서는 특히 나정이의 모습 속에서 IMF 학번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고뇌가 잘 그려지고 있다. 대학 졸업과 함께 합격통보를 받은 첫 직장은 출근해보지도 못한 채 채용취소 통보를 받았으며 어렵게 합격한 새로운 직장에서는 해외로 발령이 나면서 나정이가 항상 꿈꿔오던 쓰레기와의 사랑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오히려 둘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개선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그 당시만 놓고 본다면 나정이 에게 닥쳤던 현실은 좌절일 수밖에 없었다.


IMF로 닥친 그들의 위기나 2008년 경제위기로 닥친 현세대의 이야기나 앞날과 미래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20대 청년들의 자화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당장 취업전선에 나가 있지 않은 세대들에게 이는 잘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토익을 공부하며 최신시사상식을 읽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4학년이든 신입생이든 별 차이게 없겠지만 당장 목전에 취업을 앞둔 4학년이 극 중 나정이의 모습에 더 큰 공감을 느끼고, 반대로 신입생이 덜 공감할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취업에서의 방황뿐 아니라 세대와 학년을 막론하고 모두가 공감할만한, 20대만이할 수 있는 방황을 잘 그려낸 캐릭터가 있었는데 그 캐릭터가 바로 빙그레였다. 극의 전체에서 빙그레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했으나 「응답하라 1994」의 세 번째 키워드인 '방황'을 빙그레 만큼 잘 보여주는 캐릭터는 없었다.


극 중 빙그레는 충청도에서 상경하여 연대 의대로 진학한 수재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 때 빙그레의 의대는 쓰레기의 의대와는 달리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강압적인 부모님, 정확히 표현하자면 가부장적인 아버지로 인해 결정하게 된 진로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빙그레는 극중에서 의사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길을 선택할 것인지를 놓고 계속 갈등하게 되며 이로 인해 예과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긴 휴학을 선택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쓰레기의 지원에 힘입어, 그리고 친구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대학가요제에 도전하지만 낙방하고, 극중에서 등록금 통장과 어머니가 건네주는 차비로 대변되는 가족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한 채 끝내는 복학을 선택하게 된다. 빙그레가 끝내는 자신의 꿈을 저버리고 결국은 의대를 선택하던 순간에 아래와 같은 내레이션이 깔린다.



가족을 무릅쓰고 환경을 이겨내어 마침내 이뤄낸 꿈이란 폼 나는 법이다. 대부분의 우린, 내 사랑하는 이들을 차마 밟고 넘어설 수 없어 끝끝내 스스로 꿈을 내려놓고 만다. 하지만 괜찮다. 얼마 되지도 않는 드라마틱한 성공담 따위에 기죽어 스스로 좌절과 패배감에 휩싸일 필요는 없다. 우리에겐 꿈만큼이나 사랑도 소중했을 뿐이다. 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나를 바꾸는 결단, 꽤 괜찮고, 폼 나는 일이다. - 14화 중, 성나정 내레이션


우리 모두가 그렇겠지만 사실 자신이 바라던 삶대로, 그리던 삶대로 살아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꿈꾸던 삶이 화려하건, 소박하건, 어떤 것이든지 간에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이룬 사람을 동경하고, 또 그들은 꿈을 좇아 살아가라며 이야기 하는 것일 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정이의 내레이션이 말하듯 우리가 살아온 길을 후회하고 또 낙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사는 것도 그 자체로 의미 있고 아름다울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도 가족 때문에 오케스트라를 포기해 죄송하다는 단원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지 않는가. 「그래서 더 대단하다」라고. 사랑의 다른 말은 희생이기도 하다.


현재와 과거 : 들린다면 응답하라, 나의 90년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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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7은 극중에서 등장하는 고등학교 소풍 때 찍은 사진에 얽힌 이야기가 풀어지며 끝이 난다. 「응답하라 1994」는 성동일이 신촌하숙의 간판을 내리면서 끝이 난다. 두 장면이 뜻하는 내용에는 약간 차이가 있겠지만, 끝이 날 때 내레이션으로 깔리는 말은 비슷하다.


대한민국 모든 마흔 살 청춘들에게, 그리고 90년대를 지나

쉽지 않은 시절들을 버텨 오늘날까지 잘 살아남은

우리 모두에게 이 말을 바친다.


우리 참 멋진 시절을 살아 냈음을,

빛나는 청춘에 반짝였음을,

미련한 사랑에 뜨거웠음을,

기억하느냐고.


그렇게 우리 왕년에, 잘 나갔었노라고.

그러니 어쩜 힘겨울지도 모를 또 다른 시절을,

촌스럽도록 뜨겁게, 살아보자고 말이다.


- 21화 중, 삼천포의 마지막 내레이션


그도 그럴 것이 응답하라 시리즈가 관통하고 있는 마지막 키워드는 바로 현재에 반추해보는 과거의 그것이기 때문이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처음에는 말끔하던 골목벽도 시간이 지나 골목 속 삶의 무게와 시간의 녹이 늘어나며 점점 그 모습이 추레해지기 마련이다. 우리의 마음도 그와 다를 것이 없어서, 살아가며 때때로는 그 벽을 다시 덧칠해 줘야만 한다. 이 과정 속에서, 즉 현재에서 상처 입은 마음의 벽에 덧칠을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과거의 추억이다. 결국은 오늘을 위해 과거가 필요한 것이고, 달리 말하면 미래를 위해 오늘을 살아가야만 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우리의 축구가 2002년의 그것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4강까지 올라갔던 그 순간과 그 과정을 가지고서 여전히 추억하고 앞날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은 우리가 생각치도 못할 만큼 짧은 순간동안 반짝이며 떨어진다. 조금 비틀어서 바라보면 그 유성이 계속하여 반짝인다면, 그리고 지구를 향해 떨어진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다. 그래서 인생에 찬란한 때는 여러 번일지언정, 그 순간순간은 모두 찰나다. 김연아가 동계 올림픽 무대 위에 서기 위해 수십 년간 준비했지만 금메달을 받는 순간은 찰나였듯이 말이다. 「응답하라 1994」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나정이가 칠봉이를 보내며 「네 덕에 내 스무 살이 예쁘게 기억될 것 같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나정이의 반짝이던 스무 살도 찰나고, 쓰레기와 칠봉이, 그리고 신촌하숙 모두의 빛나던 순간도 모두 찰나였고, 또 찰나일 것이다. 나와 우리와 그리고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짧은 순간 반짝인 유성이라도 우리 마음속에 강하게 각인되듯이, 그리고 우리가 그 찰나를 바라보며 앞으로의 소원을 빌듯이 우리도 우리 삶에 찬란했던, 그 순간을 소중히 간직하며 앞으로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신촌하숙생이 그랬듯, 현실 속 신촌하숙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그들 마음속에는 여전히 신촌하숙이 남아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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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순수했던, 그래서 시리도록 그리운 그 시절.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나의 90년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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