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는 오늘날 물리학의 최전선을 달리고 있는 입자물리학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책으로, 스위스에 위치한 CERN(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의 LHC(대형강입자충돌기)에서 이뤄지고 있는 실험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들을 그려내고 있다. 책은 2개의 큰 제목으로 스케일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스케일을 이해하는 것이 미시세계를 다루는 입자물리학과 거시세계를 다루는 천체물리학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리학에서는 동일한 개념이 크기나 거리가 달라지면 영향이 달라지거나 혹은 아예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고전적인 원자 모형을 생각해보자. 전기적으로 중성을 띄고 있는 원자는 각각 일정한 전자와 양성자, 그리고 중성자를 가지고 있으며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진 핵 주위에 전자가 존재한다. 전자와 양성자는 서로 극성이 반대이기 때문에 끌어당기는 인력이 작용하여 전자는 나름의 궤도를 유지한 채 핵 주위를 돌게 된다. 그렇다면 같은 극성을 가지고 있는 핵 속의 양성자는 서로 밀어내는 척력이 발생할 것인데 왜 핵을 구성하면서 서로 모여 있을 수 있는 것인가? 이 때 스케일의 개념이 사용될 수 있다. 원자의 전체적인 크기에서는 전하량에 따라 발생하는 전자기력, 즉 쿨롱력이 유의미 하지만 반대로 핵의 수준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전자기력이 무의미 해지며 핵력이 유의미하게 작용하여 인력이 발생하게 됨으로써 핵의 구조를 유지하게 된다.

 

비단 원자의 구조만이 아니라 뉴턴역학,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등 물리학에서는 각각 나름대로 적용되는 특정한 영역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스케일이 한정된 영역으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껏 물리학의 발전은 새로운 스케일에 적용되는 법칙이나 정리를 발견해나간 것이 아니라, 기존에 한정되어 있던 스케일의 범위를 넓히는 혹은 줄이는 시도들로 이뤄져왔다.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그것이다. 그렇기에 책은 스케일의 개념, 그리고 아주 미시적인 영역을 연구하는 입자물리학이 어떻게 우주와 같이 거대한 영역까지의 융합이 가능한지를 설명하는데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면서 원자핵 크기의 단위인 10^(-15)m, 혹은 그보다 더 작은 아주 미시적인 세계까지 관심을 가지면서 살아갈 필요는 없다. 우리는 거시적인 물리학의 법칙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또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에 그려졌던 일들이 언제쯤 이뤄질지는 사실 요원한 일이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시대에 특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언제 특이점이 올 것인지 역시도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의 현대물리학이 어느 위치쯤에 와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책은 다소 전문적인 내용을 함께 포함하고 있어 물리학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여러 개념들을 이해하는데 있어 약간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책 검수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오타들도 많아 이 역시도 읽어나가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지금의 현대물리학이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 그리고 과거와 현재, 미래에 있어 과학은 어떤 역할을 해왔고 또 해 나갈 것인지를 확인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 만약 읽기가 꺼려진다면 지금껏 과학 분야의 교양서가 알라딘의 신간평가단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된 경우가 많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럼에도 이 책이 선정 되었다는 데에서 이 책의 가치를 믿어보고 일독하시기를 권해드린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리사 랜들 지음, 이강영 옮김/사이언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