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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 천국의 문을 두드리다

by 카쿠覺 2013. 3. 30.

 

어떤 철학교수가 강의실 탁자 위에 어떤 물건들을 늘어놓았다. 수업이 시작되자 교수는 말없이 커다란 빈 마요네즈병을 잡더니 그 속에 골프공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윽고 교수는 학생들에게 병이 다 찼냐고 물어보았다. 학생들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교수는 이번에는 작은 조약돌들을 꺼내서 병에 쏟아 부었다. 병을 살짝 흔들어 주자 자갈들은 골프공들 사이로 굴러들었다. 교수는 다시 학생들에게 병이 다 찼냐고 물어보았다. 학생들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교수는 다시 모래주머니를 꺼내어 모래를 병에 쏟아 부었다. 물론 모래는 병을 꽉 채웠다. 교수는 다시 학생들에게 병이 다 찼냐고 물어보았다. 학생들은 한 목소리고 '네'라고 대답했다.

잠시 후 교수가 입을 열었다.

 

'이 병은 여러분의 인생입니다. 골프공은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나타내죠. 가족, 자녀, 건강, 친구, 그리고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것. 즉 다른 모든 것을 잃더라도 아직 인생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 말입니다. 조약돌은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들. 직장, 자동차, 집, 그런 것이죠. 모래는 나머지 자질구레한 것들이고요.'

그의 강의는 계속 되었다.


'만약 병에 모래를 먼저 넣으면 자갈이나 골프공이 들어갈 공간은 없어집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죠. 만약 당신의 모든 시간과 정력을 자질구레한 것에 허비한다면 진짜로 중요한 일을 할 여유는 없어질 겁니다. 당신의 행복에 가장 필수적인 일들에 관심을 쏟으십시오. 골프공들, 즉 중요한 것부터 먼저 하세요. 중요도를 따져보세요. 나머지는 그저 모래같은 것들이니까요.'

 

한국인은 피곤하다. 항상 감내하기 힘든 스트레스를 항상 짊어지고 살아간다. 학생들은 다가올 대학 입시로 인한 스트레스를, 청년들은 취업으로, 직장인들은 회사일로, 노년에 접어들어서는 자식 걱정, 노후 걱정으로 단 한순간도 그 고통속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시간이 흘러, 삶이 유한하듯 우리들의 삶도 어느 순간에 마침표를 찍는다. 우리는 그 죽는 순간에도 모든걸 내려놓지 못하고 살아온 삶의 후회로 인한 스트레스속에 쌓인채로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느끼는 후회는, 살아있던 시절 받았던 스트레스와는 전혀 다르다. 살아 있는 동안에 집착했던 것들을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다른것을 바라보지 못했던것을 후회한다.

 

그리고 죽음의 문턱에 다가서면 누구라든지 용기가 생긴다. 내가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더 사랑하지 못했던 것들을, 시간만 주어진다면, 단 며칠이라도 나에게 주어진다면 해보고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어차피 죽을 운명에서, 삶의 불꽃이 꺼저가는 순간에서 더 이상은 체면치레를 할 필요도, 누구의 눈치를 볼 일도, 일이 잘못되어 받게 될 스트레스도 더 이상은 고려대상이 되지 못한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는 바로 그러한 상황에 처해있는 마틴(틸 슈바이거 분)과 루디(잔 조세프 리퍼스)의 이야기이다.

 

죽음을 앞둔 전혀 다른 두 사람

 

 

마틴과 루디는 뇌종양과 골수암의 말기 환자로 같은 병실에 입원하게 된다. 같은 병실을 사용하지만 그 둘의 성격은 전혀 달랐다. 루디는 이미 골수암이 말기까지 진행되어 더이상 삶의 희망이 없음에도 건강을 챙기려는 모습을 조금이나마 엿보인다. 마틴은 그와 정 반대로, 역시나 루디와 같은 상황이고, 그렇기에 그는 더이상 건강을 챙기는데에 관심조차 - 물론 그 이전에도 건강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 보이지 않는다. 이는 그 둘을 상대하는 의사의 태도에서도 확연하게 나타나는데, 루디를 맡았던 의사는 '의학은 예전에 비해 많이 발달했다'라고 이야기 하는 반면에 마틴의 의사는 '살아날 수 없다'라며 단호하게 이야기를 자른다.

 

정리하자면 루디는 약간 소심한 성격이며 마틴은 대범하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서로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둘이지만, 우연치않게 병실에서 발견한 보드카로 그 둘은 매우 가까워지고, 그 둘은 술김에 바다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천국에서는 유일한 대화 주제가 바다라는 이야기와 함께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앞길은 그리 순탄치 못하다. 훔쳐 탄 차는 100만불이 들어있던 마피아의 차였고, 전국에 체포명령이 내려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미 죽음을 목전에 둔 그들에게 두려울 것이 무엇일텐가?

 

그들 삶의 마지막 버킷리스트

 

 

마틴의 발작은 지속적으로, 그리고 더욱 자주 일어나게 되고, 서로는 서로가 마지막에 가까워 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훔친 차 속에 있던 백만달러로, 자신들이 꼭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기로 한다. 죽음을 앞둔 그들의 마지막 버킷리스트라 할 수 있을테다. 그들의 버킷리스트는 비록 그들의 삶속에서 이뤄내기는 어려운 것이였지만, 그 내면을 본다면 소박하기 그지 없다. 엄마를 위해 케딜락을 선물하고 싶다던 마틴의 꿈은 엄마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자 했던 그의 마음의 또 다른 표현 방법일뿐이고, 두 여자와 동침을 하고 싶다던 루디의 꿈 역시도 소심했던 그의 삶에서 한번쯤 대범하게 살아보고 싶었던 소망이 발현된 것일테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들의 '진짜' 마지막 버킷리스트는, 바다를 보는 것이다. 앞서 그들의 가졌던 두 가지의 꿈, 어머니에게 차를 선물하고 두 여자와 동침을 하는 그 꿈들은 일상속에서 이뤄보기 힘든 꿈이기도 하다. 전자는 금전적인 지원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고, 후자의 경우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테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 이루고자 했고, 그를 위해 수 많은 위기를 겪었던 그들의 꿈인 '바다를 보는 것'은 그런 힘든 꿈이 아니다. 지역마다 다를 수 있겠으나, 보고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한번쯤은 이룰 수 있는 꿈이기 때문이다.

 

거창하지 않은 꿈, 지금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해볼 수 있는 그 꿈은 그들은 자신들의 삶의 마지막 꿈으로써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그들의 버킷리스트는 우리의 마음에 더 강력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은 가져보는 그러한 꿈들 역시도 루디와 마틴의 마지막 버킷리스트와 다를바 없다는 점은, 바쁘게만 걸어왔던 길을 한번쯤 뒤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 준다. 여유라기 보다는 꼭 그래야만 하는 의무감을 준다는 것이 오히려 더 옳은 표현일 수도 있겠다.

 

영화 자체로 눈을 돌려본다면

 

 

하지만 노킹 온 헤븐스 도어가 다루고 있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마지막 꿈을 이뤄본다는 내용의 이야기는 나 없는 내 인생, 버킷리스트등 여러 영화에서 익숙하게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많은 영화에서 자주 다뤘던 내용이다. 물론 이러한 소재를 다룬 영화들이 나타난 시점이 노킹 온 헤븐스 도어 이후라고 한다면, 이 영화가 기념비적인 역할을 할수는 있을테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확인하기 어려웠다. 또한, 설령 이 영화를 기점으로 그러한 플롯을 채용한 영화가 나타났다고 하여도, 오늘날 이 영화를 보는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이미 익숙한 소재이기 때문에 아마도 별다른 감흥이 없을테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현재의 우리들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것은 바로 동명의 노래인 밥 딜런의 '노킹 온 헤븐스 도어'가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지금의 우리가 이 영화를 본다고 했을 때, 여러가지 면에서 실망할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엔딩에서 흘러나오는 그 노래와, 보드카 한잔과 함께 바다 앞에서 쓸쓸하게 삶의 마지막을 맞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 그 두가지의 것이 매치되면서 다가오는 감정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것이다.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내용을 모두 담아내고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다

 

 

우리는 살면서 한번쯤 일탈을 꿈꾼다. 그렇다고 하여 그것이 거창한 것을 의미하는건 아니다. 마틴과 루디처럼 그저 바다한번 보는 것, 아니면 지리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과 같이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작은 일탈들도 현실로 옮기기에는 벅찬게 사실이다. 마틴과 루디가 삶의 끝자락에서 가졌던 마지막 버킷리스트는 그저 바다를 보는것일 뿐이였지만 그들은 그 버킷리스트를 죽음에 다다라서야, 그것도 보드카의 힘을 빌려서야 이뤄질 수 있었다.

 

비록 그들의 첫 발걸음은 죽음이라는 것, 그리고 보드카의 힘을 빌려 시작된것이지만 일련의 모든 과정들을 겪어나갈 수 있도록 한것은 결국 그들의 용기였고, 마지막 꿈을 이뤄내겠다는 그들의 신념이기도 하다. 그런 그들 앞에는 수 많은 장애물들이 있었고, 도중에 포기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존재했지만, 그리고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던 마지막 순간에 그들은 기대하지 않은 인물로부터 도움을 받아 그들의 마지막 꿈을 이뤄내고야 만다. 만약 그들이 도중에 포기하고 말았다면 꿈을 이뤄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진정 우리가 하고싶은것들을 수 많은 이유와 핑계를 대가며 차일피일 미룰때가 많다. 어차피 못할거라고, 어차피 안될거라고 말이다. 그렇지만 혹시 또 아는가? 마틴과 루디에게 마지막에 도움을 줬던 보스같은 사람이 우리의 인생속에서, 우리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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