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des of March : 3월의 열닷새, 카이사르는 원로원 회의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 전날 밤, 카이사르의 충신 중 한명인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는 어느 해방자에게서 음모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되고,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여 계단에서 약간 떨어져 카이사르 앞으로 갔다. 카이사르가 원로원에 다다랐을 때, 원로원 의원인 루키우스 틸리우스 킴베르가 추방당한 자신의 형제를 귀환시켜달라고 청원했으나 카이사르는 거절한다. 킴베르가 그의 옷을 끌어 잡아 당기자, 카이사르의 충신이였던 카스카가 단검을 빼내들어 그를 찌르게되고, 결국 카이사르는 카스카를 더불어 수 많은 이들에게 공격을 받아 사망하게된다. 그 후 카이사르의 양자인 가이우스 옥타비아누스가 그의 뒤를 잇게 된다.

 

영화 킹메이커(The Ides of March)의 기본적인 이야기 흐름은 간단하다. 순수한 의도로 권력을 만드는데에 도움을 주고 있었던 한 청년이 있었고, 그는 어느순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염증을 느끼게 되고, 그는 결국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했던 자신의 처음 길에서 노선을 벗어나, 이미 자리잡혀져 있는 기존의 방식대로 따라가게 된다는 식의 이야기이다. 이러한 이야기 흐름은 대개 권력의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는데에 그 목적이 있는경우가 많은데, 그 만큼 권력은 이중적이고 또한 변화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영화의 제목을 The Ides of March라고 선정한 것으로 미뤄볼 때, 단순히 권력의 이중성을 보여주고자 하는데에만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단정할수는 없을것같다. 이는 영화의 제목인 The Ides of March라는 것이 역사적인 의미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The Ides of March는 로마시대에 사용되던 달력에서 3월 15일을 의미하는 말로써, 카이사르의 행동에 위기감을 느낀 반대파들이 그를 암살하게 된 사건을 일컫는데에 사용되는데, 이 사건의 특징은 평소에 카이사르에게 충성을 하던 이들이 그를 암살하는데에 주된 역할을 맡았다는 점이다. 카이사르의 삶에서 그의 충신들이 자신을 배신하는 사건은 여럿있었는데, 그러한 모든 것들이 점철되어 암살을 당하는 결말을 낸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믿었던 충신들에게 배신을 여러번 당했던 카이사르의 삶에서 우리는 '왜 그들이 카이사르를 배신하는가?'라는 의문점에 다다를 수 있다. 사실, 그런 의문이 들게되면 충신이라는 표현 역시도 부적절하다고 할 수 밖에 없을테다. 어떤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카이사르와 함께 하고 있을뿐이라는 설명이 더 적합해보인다. 또한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는것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다. 영화 킹메이커 역시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최고의 선거 캠프, 유력한 대선 후보 모리스

 

 

잘생긴 외모에 안정된 가정을 가진 주지사 마이크 모리스(조지 클루니 분)는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로 손꼽히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는 선거 캠프 홍보관 스티븐(라이언 고슬링 분)의 과감한 전략으로 높은 지지율을 얻게 되고, 또한 자신을 따르는 선거 캠프 본부장 폴 자라(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분)의 도움으로 대선 후보로써의 입지를 차차 굳혀간다.

 

그러던 와중, 스티븐은 같은 선거 캠프에서 일하는 인턴 몰리(에반 레이첼 우드 분)과 깊은 관계를 갖게 되고, 어느 날 몰리의 휴대폰에 걸려온 전화를 우연히 받게 되는데, 그 수화기 너머의 주인공은 주지사 모리스였다. 몰리와 주지사와의 관계가 선거에 부정적인 역할을 할것은 자명했기에, 그는 몰리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하며 조용히 혼자서 사건을 수습해나가지만, 얼마 전 상대 캠프 본부장인 톰 더피와의 만남으로 인해 그는 모리스와 폴로부터 선거 캠프에서 떠날것을 요구받는다.

 

정치판에 진정성이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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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초반에 모리스 선거 캠프를 긍정적인 정치인의 한 모습으로써 보여주고 있다. 이는 모리스가 자신의 부인과 차에서 '다른건 다 양보할 수 있어도 톰슨만은 절대 들여올 수 없다'라는 발언에서 나타나듯이, 그가 최소한의 도덕적인 가치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에서 확인된다. 비단 이러한 대사뿐만 아니라 색채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나는데, 모리스의 선거 캠프는 보다 밝은 베이지색 톤으로 나타나지만, 상대 후보인 풀먼의 선거 캠프는 어둡고 칙칙한 남색 톤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모리스 역시도 그저 그런 정치인에게 불과했다는 사실은 영화가 흘러갈수록 더욱 자명하게 나타난다. 권력을 위해 자신을 믿고 따르던 폴을 단칼에 내자르고, 톰슨마저 자신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말이다. 단 한번도 어두운 톤을 띄고 있는 곳에서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던 모리스가 스티븐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어두운 곳으로 그를 불러내고, 그 후 잠깐 비춰지는 선거캠프의 모습 역시도 풀먼의 선거 캠프와 마찬가지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점에서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권력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 수단 중 하나일테지만 그 도구를 얻기 위해서 걸어가는 과정은 자신이 믿는 그것과는 상이할때가 많다. 그리고 그들은 그러한 과정속에서 하나둘씩 양보하고, 타협해나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에게 동정을 보낼 필요는 없다. 그건 그저 단순한 변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이 자신의 진정성과 신념마저 없애야 한다는 것은 우리들의 입장에서 비극적인 일임에는 틀림없다. 때문에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이상을 포기해야만 했던 스티븐의 모습이 우리에게 더욱 안타깝게 다가오는 것일테다.

 

버림 받은 스티븐, 항복하는 모리스

 

 

스티븐은 이상을 쫓았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세상의 방식이 분명 있었고, 그리고 그는 그를 실현할 수 있는 적합한 인물로써 모리스를 선택했다. 그리고 스티븐은 모리스를 위해 선거 캠프에서 자신의 임무를 충실하게 소화해냈고, 모리스를 유력한 대권후보로 만드는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는 그에게 버림받았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의 방식대로, 정직하게 자신이 톰 더피와 만난사실을 모리스와 폴에게 이야기 하지만, 스티븐은 그 이유로 하여 버림받고 만 것이다. 정작 자신은 뒤에서, 모리스의 스캔들을 덮기 위해 노력을 했음에도 말이다.

 

그리고 스티븐은 분노에 못이겨 상대 선거 캠프로 가려고 하지만, 그곳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로 스티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스티븐은 여기서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것이다. 이 판에서 나가는가, 아니면 나 역시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행동하는가. 스티븐은 후자를 택했다. 아마 몰리가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가 이 판에서 떠날수도 있었을테다. 자신의 이상을 굽히면서까지 이곳에 남을바에는 차라리 자신의 신념을 지킨채, 그 더러운 판에서 나가는게 더 고상해 보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몰리의 죽음은 그에게 후자의 길을 택하도록 강요하게 된다. 그는 모리스가 몰리에게 행했던 일로 하여 모리스를 협박하고, 모리스는 결국 이에 항복하고 만다. 스티븐이 이상주의자에서 현실의 정치인으로 옮겨간 사실은 한편으로는 안타까우면서도 모리스를 굴복시킨 그의 모습은 또 다른 한편으로는 통쾌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모리스의 비열하고 비굴한 모습을 우리는 확인하게 되고, 정치인이란, 그리고 정치판이란 언제나 그렇듯 오늘도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변화를 하려면 그곳에서 최고의 자리에 위치해야 한다는 것은 굉장히 모순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곳에서 최고의 자리에 위치하기 위해서 그가 양보해야 할 것은 얼마나 될 것이며, 그리고 굽혀야 할 신념은 얼마나 될 것인가? 초심을 유지할 수 없는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관성의 법칙이 비단 물체의 운동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테다.

 

그렇게 그는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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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는 로마를 호령했지만, 그의 인생은 믿었던 이들의 배신으로 암살당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게 된다. 그는 왜 사는 동안 잦은 배신과 항명을 받았고, 끝내는 왜 삶의 끝자락에서 마저 그런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것일까? 몇 가지 설명이 있을 수 있다. 예컨데, 카이사르가 너무 독선적이였다는 것이 그것일테다. 또한 그의 인간성을 의심해볼 수도 있을테다. 하지만 영화 킹메이커에서의 모습으로 생각해본다면, 애초에 그의 주변에 믿을만한 사람이 모였다는 생각 자체가 착각이고 모두들 정치적 목적으로 모여있다는 답을 내려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모리스의 충실한 선거 캠프 본부장이였던 폴의 존재는 그런 설명을 반박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될 수 있을테다. 하지만 우리는 영화를 보았기에 알지만, 결국 폴은 영화의 끝자락에 쓸쓸하게 선거판을 떠나게 된다. 정치판에서 가장 중요한것이 '충성'이라고 믿었던 그지만, 자신이 충성했던 이로부터 떠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정말 충성을 중요하게 여긴, 모리스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였다는 생각은 해볼 수 있다. 그는 떠나면서도 모리스를 위해 인터뷰를 하고 떠났고, 모리스가 스티븐으로부터 약점을 잡혀 자신이 어쩔 수 없이 떠난다는 사실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점은 어쨌거나 폴은 그곳에서 떠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폴과 스티븐 모두 한편으로는 이상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왜 폴도 이상주의자로 보이는가라는 의문점이 생길수도 있지만, 그가 생각하고 있는 정치판에서 가장 중요한 것, 그리고 톰슨을 끌어들이자는 제안을 거절한 모리스의 선택을 납득한 부분에서 이를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스티븐은 굳이 부가적인 설명을 덧붙일 필요도 없을테다.

 

그러나 결국 살아남은것은 이상에서 현실로 빠르게 선회한 스티븐이였다. 수십년간 이상에만 머물러 있던 폴은 결국 떠나게 되었다. 이러한 일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다보면, 결국 누군가의 옆에 남아있는 사람은 기성정치인의 모습을 가진 사람만이, 그리고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방향으로 선회한 스티븐과 같은 사람만이 남아있을테다. 더군다나 그 누군가가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다면 그러한 일의 진행은 아마 더 빨리 이뤄질 것이다. 때문에 카이사르가 비극적인 삶의 끝을 맞이했던것일 수도 있을테고, 모리스가 톰슨과 손을 잡은것일 수도 있을테다.

 

 

어느 누구라도 자신이 살고 싶은 세상, 기대하는 삶의 모습이 있고, 우리는 이러한 기대와 이상을 정치인이라는 한 대표자에게 투영시킨다. 그렇지만 이것 역시도 단지 젊은날의 치기이자 착각일 뿐,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테지만 살아가다보면 점점 정치라는 것은 단지 차악을 뽑는데에 만족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주지사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스티븐이 주지사의 스캔들을 알게되고, 그리고 그가 취한 비열한 행동으로 부터 실망하고, 결국 그런 이상적인 것들을 포기하고 단지 직업으로써의 컨설턴트, 그리고 기성정치인의 모습을 답습했듯이 말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것인지는 가늠조차 할 수 없지만 우리는 이미 먼길을 돌아왔다는 정도의 사실은 분명하게 깨닫고 있는듯 하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이러한 흐름을 체념하거나 보다 적극적인 차원에서 그런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 외에는 특별하게 할 수 없을것이다. 스티븐은, 그리고 우리는 이상을 쫓던 어린 시절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우리는 점점 어른이 되어간다. 스티븐 역시도 현실과 타협하고, 양보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어른이 되었다. 그래서, 선거캠프의 본부장까지 맡았음에도 주인공의 모습이 처연하고 심지어는 절망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마치 우리의 삶과 같아서 말이다.

img ⓒ The Ides of March,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