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가 1885년도에 출판한 단편소설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시몬 부부와 하나님이 던진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때까지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게 된 천사 미하일 사이에서 벌어진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미하일은 하나님으로부터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세 가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인간 세상에서 찾을 것을 명령받게 된다. 소설의 제목이 그러하듯, 이야기의 핵심은 역시나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한 질문의 해답이다. 우화형식을 띄고 있는 만큼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게 작중에서 표현되고 있다.

  

1880년대 이후 톨스토이의 다른 소설이 그렇듯 이 소설도 마찬가지로 종교적 색채가 묻어나고 있다. 소설 처음에 등장하는 성경 구절과 끝에 미하일이 하늘로 다시 올라가는 장면 등이 그 예이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교회 설교시간에도 본 소설은 자주 인용되곤 하는데, 톨스토이의 다른 소설에 비해서는 그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아마도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이 던져주는 무게감이 오늘날에도 여전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오늘날 기독교가 톨스토이의 소설을 인용할만한 자세를 갖췄는지에 대한 의문도 든다. 톨스토이가 소설을 통해 비판했던 그 당시의 기독교나, 오늘날의 기독교나 철학과 도덕성이 부재한 것은 여전히 일맥상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설 속에서 미하일은 교회에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추위 속에서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 부분을 통해 톨스토이는 당시의 기독교를 비판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소설의 내용에서는 교회 자체가 필요하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친다. 하나님이 미하일에게 던진 3가지 질문은 사람에게 있어서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하나님이 사람을 만들 때 이미 사람의 마음속에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하도록 만들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요컨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통해, 그 외의 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동의한다면, 사람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랑’으로써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으로, 그 외에 부차적인 것들은 필요하지 않은 것이 된다. 이는 평소 교회 자체를 신뢰하지 않았던 톨스토이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재밌게 살펴볼만한 또 다른 부분은 소설 속에서 시몬의 부인, 마트료나에 대한 묘사다. 소설의 뒤로 갈수록 마트료나 역시도 신의 섭리를 따라 사랑으로써 사람을 대하는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소설의 처음부분만 하더라도 시몬의 부인은 생활비에 대해서 신경질적일만큼 예민하게 반응하고, 착해빠진 남편이라고 말하면서 남편에 대해 은근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눈길이 가는 이유는 아무래도 톨스토이 부부 역시도 비슷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톨스토이 역시 작중 시몬처럼 이상주의자였고, 톨스토이의 부인이었던 소피아 역시 작중 마트료나처럼 현실주의자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성향이 정면으로 충돌했던 것은 톨스토이가 말년에, 사유재산을 버리고 농부가 되자는 제안으로 소피아와 싸움을 한 채 집을 나왔던 모습 속에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소피아의 이런 태도가 이해될 수밖에 없는 것은, 소피아는 남편을 위해 충분히 헌신했기 때문이다. 유모 없이 13명의 아이를 육아하고, 남편의 원고 교정까지 봐주면서 까지 말이다.

 

우리 역시도 소피아가 그랬던 것처럼, 마트료나가 처음 그랬던 것처럼 톨스토이의, 시몬의 행동을 이해하고, 동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 사랑의 가치에 대해서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돛단배는 해류에, 바람에 따라 흘러가지만 목적지는 항상 존재하듯, 우리도 현실을 살아가지만 올바른 방향성은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방향을 잡는 데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전2권 (한글판 + 영문판)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장영재 옮김/더클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