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에 의해 헌정사상 최초로 미국 본토가 공격받는다. 워싱턴 DC의 국방부 펜타곤이, 그리고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비행기를 이용한 자살테러로 인해 파괴되고, 무너졌다. 당시의 인명피해만 3000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경제적인 피해액은 쌍둥이 빌딩 1조 5천억 원 상당의 재산가치, 피해 원조 금액 11조정도이나 이로 인해 입은 미국 경제의 피해까지 고려한다면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많은 액수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윽고 당시의 대통령인 조지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 테러를 자행한 단체뿐만 아니라 이런 단체를 숨겨주는 국가, 또는 지원하는 경우까지 응징하겠다고 밝힌다. 그 후 같은 해의 11월,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점령하기에 이른다. 이를 통해 반 탈레반 정권을 수립함으로써 탈레반 정권을 몰아냈으나 9.11 테러의 핵심 용의자인 오사마 빈라덴과 알카에다의 뿌리를 뽑는 데에는 실패한다. 그 후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대량학살무기(WMD)를 구실로 삼아 이라크까지 함락시키기에 이른다.

 

그 다음 특별한 진전이 없던 가운데에 2011년 5월, 오바마 정부는 제로니모 작전의 일환으로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는 데에 성공한다. 당시 미국 국민들의 감정은 드라마 뉴스룸 시즌1의 7화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다. 한편으로는 기뻐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당시 테러로 인해 죽어간 희생자들을 기리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9.11 테러가, 그리고 빈 라덴을 사살했다는 것이 미국인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를 굳이 보지 않더라도, 부시 대통령이 9.11 테러 발생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강력한 응징'을 하겠다고 말한 뒤 그의 지지율이 90%까지 치솟은 사실만 보더라도 대략적으로 나마 이를 생각해볼 수 있다.

 

9.11 테러로 인해 지지율이 상승하게 된 부시

 

 

사실 9.11 테러라는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부시의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전 정권에서 어떤 실책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확인하지 않아 언급하지 않겠지만 - 그러나 저자 빈센트 불리오시가 제시한 근거에 따르면 클린턴은 알카에다의 위협을 미리 인지했고 이에 대한 대처를 미리 준비했다고 함 - 그 부분을 고려한다고 해도 이 일이 발생한 것은 엄연히 부시 정권의 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책임을 지는 게 올바르지 않냐’는 상식적인 생각을 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 저자의 입을 빌려 표현하자면 부시를 추종하는 일부 '극우'파들은 부시가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직후 강력한 대응을 천명했다는 사실로, 그리고 '민주당 이였다면 그렇지 못했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했기 때문에' 국민들의 지지들은 당연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 자리에는 누가 앉아있던간에 저런 일이 발생한다면 당연히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할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저자 역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사실을 처칠과 노숙자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가령 어떤 사안에 대해서 처칠과 노숙자에게 질문을 한다고 하자. 사람들에게 '누구 말을 믿어야겠느냐'라고 물어본다면 100중 99는 '일단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봐야 하지 않겠냐.'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누가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은가?'라고 질문을 한다면, 무슨 말을 들어보기도 전에 처칠을 지목 할 것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이 보다는 '개인이 소속되어 있는 곳, 또는 직업에 따른 선입견이 미리 작용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국내의 예를 들어보자. 가령,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인해 대북제제의 필요성이 사회 전반에서 대두되고 있고, 그에 따른 A라는 정책이 있다고 하자. 민통당과 새누리당 모두 100% 똑같은 내용의 A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가정했을 때, 사람들은 '일단 공약을 확인해봐야 하지 않겠냐.'라고 대답하겠지만, ‘어떤 정당이 해당 정책을 잘 수행할 것이라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아마 대부분 '새누리당'이라고 대답할 것이 분명하다. 9.11 테러 이후 미국도 이런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실제로는 테러 앞에서 무능했던 부시 정부

 

 

앞 단락에서 이야기 했던 '극우'파들만이 부시의 대응을 칭찬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유력 언론지들 역시도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보도를 했다. 그러면서 '만약 케리가 당선됐다면 이렇게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반응까지 덧붙이면서 말이다.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런 반응은 비슷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태도를 '무책임'한 것이라고 이야기 하면서, '실제로 테러 앞에서 부시정부는 무능력했다'고 밝힌다.

 

저자는 수많은 예들을 제시하기 때문에 다 언급할 수조차 없다. 그가 제시한 예를 짤막하게 요약해본다면, 부시 정부는 9.11 테러 발생 전, 항공기를 이용한 자살폭탄테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첩보를 미리 받았으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의 과격한 단체나 전문가는 '9.11은 부시 정부가 꾸민 자작극이다'라며 음모론까지 언급하지만, 저자는 그렇게 까지 확대하지는 않는다. 단지 부시는 '지극히 무능력했다'정도로만 비하한다. 그런 음모를 꾸밀 수 있는 능력조차 없다는 이야기로 보면 될 것 같다.

 

9.11 테러를 방지하지 못한 것 외에도 수많은 예를 제시한다. 대테러 예산으로 책정되있던 1억 5천만 달러를 반 토막 그 이하로 삭감하고, FBI가 대테러요원을 영입하기 위해 예산을 승인해달라는 5천만 달러는 승인해주지 않았다. 또한 9.11 진상조사위원회를 의도적으로 방해했으며 2006년에는 CIA내에 있던 빈 라덴 전담부서인 알렉스테이션도 해체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그 밖의 여러 것들이 있으나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부시의 무능함 - 관심이 없었다는 표현이 옳아 보이나 - 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테러'와의 전쟁이 어느새 '독재'와의 전쟁으로 변한 이라크전

 

 

2001년 말엽에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함락한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빈 라덴이 있다'라는 첩보를 입수하나 빈 라덴은 자신 주변 지역을 장악하고 군대에 있던 한 장교에게 거액의 뇌물을 준 후 유유히 탈출한다. 그 뒤 부시는 이라크로 눈을 돌리고, 이라크에 WMD(대량학살무기)가 있다는 이유로 이라크를 공격하기에 이른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부시는 9.11 이후 테러에 동조하는 모든 세력은 미국의 적으로써 응징하겠다고 밝혔으니 그의 그런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이라크에는 대량학살무기가 없다는 이야기들이 속속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부시 정부가 이라크에 대량학살무기가 있다는 오판을 했다면 정책상의 단순한 실책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부시 정부가 이라크를 공격하기 전, 이미 이라크에는 대량학살무기가 없다는 보고를 정보기관을 통해 받은 상태였다는 증거들이 나왔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부시 정권은 슬며시 '독재로부터 이라크를 해방한다.'라는 이야기를 살며시 들고 나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시 대통령을 일급 살인죄로 고발한다

 

 

독재체제 아래에 억압받는 주민들을 해방시킨다는 것은 정당한 공격의 이유가 될 법도 하다. 그러나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미군을 구원자, 내지는 해방자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이는 무의미하다. 결국 그들은 그저 한 나라를 아무런 이유 없이 공격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20대 청춘에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입대하게 된 청년들이 흘린 피는 누구를 위한 피였는가? 그리고 미국은 그런 군인들을 위해 합당한 대우를 해줬는가? 저자는 단연코 '아니다'라고 말하며 이 전쟁은 그저 전쟁광에 불과한 '부시'를 위해 흘린 피였다며 이야기한다.

 

저자 빈센트 불리오시는 그런 부시 대통령을 '살인죄'로 기소한다고 밝힌다. 그는 부시 대통령을 '살인죄'로 기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그런 추론이 가능한 여러 가지 예들을 자세히 소개한다. 게다가 실제로 부시 대통령이 기소가 되었다고 가정하고 그가 반박을 위해 말할법한 내용들도 철저한 근거를 토대로 다시 재 논박한다. 대통령을 법정에 세운다는 발상 자체는 기존의 사고 방식을 뛰어넘는 일이지만, 그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꼭 그렇게 못한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책은 부시가 무고한 이라크 시민들과 미국의 아들들을 죽음으로 내몰았기 때문에 살인죄로 기소한다고 직접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부시 대통령이 죽인 것은 비단 그들의 생명뿐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의 도덕심과 존경심, 그리고 신뢰도도 함께 죽였다고 이야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차 대전 이후 세계질서를 주도해 오던 그 옛날과 달리 '미국은 더 이상 위대한 국가가 아니다'라고 말이다. 국민의 95%가 미국인으로써 자부심을 느낀다는 CNN의 여론조사 결과는 그런 모습과 비교한다면 굉장히 이질적이다.

 

 

굳이 근거를 들지 않더라도 그 옛날의 미국과 부시 이후의 미국을 비교했을 때 미국의 위상이 추락했다는 사실은 좌우를 가릴 것 없이 누구라도 인정할 것이다. 지도층의 양심과 도덕성 부재, 언론과 지식인 역할의 부재, 금융 자본주의 실패에 따른 금융위기, 중국보다 더 벌어진 빈부격차등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이 모든 문제를 부시의 잘못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가 그저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대통령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무의미한 이라크 전을 통해 많은 생명을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에 대해 그가 올바른 태도를 견지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굳이 예를 들자면 이라크전이 수행되고 있던 지난 8년간 부시대통령이 자신의 임기기간 중 3년에 가까운 기간을 휴가로 보냈다는 사실을 들어볼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미국은 분명 위대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미국에는 분명 여러 문제점들이 산재하고 있다. 이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서는 이제 '미국은 더 이상 위대한 나라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인식해야만 한다. 그런 생각을 줄 수 있기에, 비록 이 책은 어느 정도 좌편향 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는 비단 미국 내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형태를 쫓아가려고 하는 우리나라 역시도 한번쯤은 '미국이 사용한 것이라 해서 모두 옳은가', '이 방법이 우리에게 적합한가.'라며 되물어봐야 할 것이다.

img. ⓒ 대통령을 기소하다, 빈센트 불리오시, 웅진지식하우스, 2008

 

대통령을 기소하다 - 6점

빈센트 불리오시 지음, 홍민경.최지향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미국 최고 검사 블리오시가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국민들을 죽게 한 살인 혐의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기소하고자 한다. 대통령을 어떻게 범죄자로 기소할 지, 재임 중인 대통령을, 그것도 세계 초강대국의 지도자를 기소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