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대생이 파티에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급속히 가까워진 두 사람은 파티 장에서 떠나 근처 호텔로 갔고, 그곳에서 와인을 마신 여대생은 어지러움을 느껴 그대로 잠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대생은 곧 정신을 차렸고, 그녀는 자신이 얼음물이 가득 담긴 욕조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욕조 옆에는 그녀의 휴대전화와 함께 빨간 글씨로 '살고 싶다면, 이 글을 보자마자 119에 전화를 해라'라고 적힌 메모를 발견한다. 여대생은 곧장 119에 전화를 걸었고, 전화 너머에서는 차분한 목소리로 '등 쪽을 살펴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곧 자신의 허리 뒤쪽에 긴 상처가 난 것을 발견한다. 수화기 너머로 그녀는 '아마 신장 적출을 당한 것 같다. 요즘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하고 있으니, 의료진이 도착할 때까지 그곳에서 대기하라'는 말을 듣지만, 그녀는 끝내 사망하고 만다. http://goo.gl/FiDCM


위의 이야기는, 한때 페이스북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갔던 이야기이다. 만취한 여대생이, 잠든 사이에 신장을 도둑맞았다는 내용인데, 물론 이 이야기는 '거짓'이다. 신장 이식이라는 것이 기계에서 고장 난 부품을 새로운 부품으로 교체하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 아닐뿐더러, 이와 동일한 이야기가 다른 형태로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이야기는 미국에서 15년간 유행했던 '신장 도둑'괴담의 한 형태이다. 이런 괴담들의 특징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의 생각 속에 강력하게 자리 잡아 오랜 시간동안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삶속에서 듣게 되는 이야기들의 상당수는, 그리고 우리가 누군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들 역시도 사람들의 뇌리에는 잘 남지 않는다. 무언가를 '발표'하는 것이 일상 속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것은 꼭 필요한데도 말이다. 때문에 우리들은 이를 위해 프레젠테이션 툴을 학습하고, 스피치 학원을 찾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나,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그러나 책 '스틱!'의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오랜 기간 동안 생존하는 메시지는 '좋은 그릇'에 담아낸 것이 아니다. 그릇에 담겨있는 '내용물'이 중요했던 것이다.

 

좋은 그릇보다는 그릇에 무엇을 '어떻게' 담을지 생각하라

 

 

1987년, 29세의 제리 캐플런은 클라이너 퍼킨스의 사무실로 찾아가 자신의 새로운 비전인 '지금보다 작고 휴대가 간편한 차세대 PC'의 개발에 필요한 투자를 받기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된다. 캐플런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며, 자신이 그들에 비해 준비가 부족한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그에게는 거창한 양복도, 사업 계획서도, 슬라이드도, 차트도, 견본도 없었다.

 

마침내 그의 차례가 왔고, 그는 '타자기보다는 공책에 가깝고 키보드가 아니라 펜으로 작동하는 새로운 종류의 컴퓨터가 필요하리라 믿습니다.'라며 그의 비전을 설명한다. 하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고, 그는 이판사판이라는 기분으로 작은 연극을 연출한다. 자신의 갈색 서류첩을 공중에 내던지면서, '이것이 바로 컴퓨터 혁명의 다음 단계입니다'라고 외쳤던 것. 그 후 클라이너 퍼킨슨 사람들은 서로 의견을 공유하며 그 서류첩을 곰곰이 살펴보았다. 어느새, 그 서류첩은 미래 기술의 상징이 되었던 것이다.

 

(p.182 ~ p.183)

 

그녀의 프레젠테이션은 다른 이들에 비해 많이 부족했고, 설득력 있는 자료 역시 제시하지 못했다. 외양적으로만 보았을 때 그녀의 발표는 수준 미달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투자자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전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데에 성공한다. 물론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그 방법이 성공 할 것이라는 분명한 보장은 없다. 서류첩을 던지며 그녀가 외치던 말을 들은 투자자들은 '실현불가능하다', '황당하다'라며 오히려 발끈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러나 투자자들은 오히려 그러한 모습을 보고서는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우리는 이 사례에서 몇 가지 내용을 추려볼 수 있다. 하나는 내용물이 담아지는 용기의 겉모습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그 겉모습이 아무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고는 할 수 없으나, 해당 사안을 결정지을 만큼의 중요한 역할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물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어떻게' 담을지를 적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면 청중들에게 임팩트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녀가 던진 '휴대용 PC'라는 내용물은, 일반적인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그릇에 담았을 때가 아니라 그녀만의 방식으로 담았을 때 비로소 청중들의 주목을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어떻게' 담아야 할까?

 

 

그녀가 자신의 비전을 청중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서류첩이 컴퓨터 혁명의 다음 단계이다'라는 말로 자신의 비전을 요약함으로써 가능했다. 우리는 이러한 예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케네디 대통령의 '앞으로 10년 안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킨다.'라는 말은 미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이끌어 내었고, 국민의 정부의 대북정책을 '햇볕정책'이라고 한단어로 요약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한마디 역시도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당시 정부의 정책을 단번에 이해하도록 도왔다.

 

우리들의 본 목적은 앞선 사례와 같이 청중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을 만큼의 영향력이 있고, 또한 오랜 시간동안 기억 속에 남을 수 있도록 내용물을 담아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쭉 내려오고 있는, 달리 표현한다면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메시지들, 그리고 포스트의 서두에서 나왔던 것과 같이 쉽게 잊히지 않는 이야기들의 공통점을 찾아봐야 한다. 실제로, 톨스토이가 "행복한 가정은 비슷하다. 그러나 불행한 가족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불행하다"라고 언급했던 것처럼, 이러한 이야기들은 모두 6가지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뇌리에 남는 메시지의 6가지 법칙

 

 

조직의 삶을 변화시키고, 인류의 삶을 변화시켰던,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끈질 지게 생존해 있는 메시지들은 예외 없이 6가지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 6가지는 바로 단순성(Simple), 의외성(Unexpectedness), 구체성(Concreteness), 신뢰성(Credibility), 감성(Emotion), 스토리(Story)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이라는 메시지는 기존의 대북정책과 방향을 다르게 한다는 점에서 의외성, 그러한 대북정책 기조가 가질 수밖에 없는 감성, 그리고 이솝우화를 빗대어 표현한 곳에서 스토리와 구체성, 단순성을 가질 수 있었다. 신뢰성은 대통령이라는 그 자리에서 충분히 표현되고 있기 때문에, '햇볕정책'이라는 메시지는 6가지의 공통점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글의 서두에서 살펴봤던 '신장 도둑' 괴담 역시도 이러한 포맷을 띄고 있다. 대부분 이러한 괴담은 몇 가지 핵심적인 부분에서 일치하게 되고 - 신장 도둑 괴담의 경우 1. 약을 탄 술 2. 얼음이 담긴 욕조 3. 신장이 도둑맞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결말 - 나머지는 이야기마다 다소 차이가 보인다. 이는 그 만큼 이야기가 단순하기 때문에 변조가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얼음탄 욕조와 119는 구체성을, 그리고 요 근래에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는 말은 이야기에 신뢰성과, 그리고 불안감을 조성하여 감성을 부여한다. 아무렇지 않게 만난 남자가 사실은 그녀의 신장을 보고 접근했다는 사실은 의외성을 가져오고, 이러한 괴담은 하나의 스토리 형태를 띠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례들이 이 6가지의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이 6가지의 것은 비단 법칙으로만 그치지 않고 뇌리에 남는 메시지가 갖춰야 할 6가지의 '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러한 6가지의 법칙은 메시지를 만드는 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프레젠테이션, 조직관리, 그리고 교수법 등 다양한 분야에 널리 이용될 수 있다. 교수법의 경우를 예로 들어본다면, 우리가 흔히 잘 가르친다는 선생님이나 교수의 전형적인 모습을 떠올려보면 된다. 실생활에 비유하여 개념을 설명하고, 항상 질문을 던지고, 실험이나 통계자료를 통해 신뢰성을 부여해주며, 이야기를 통해 개념을 전달하거나 학생들을 수업에 집중시키는 것들이 바로 그것일 테다.

 

좋은 메시지를 알아볼 수 있도록 그 감각을 기르라

 

 

우리는 우리가 던지게 되는 메시지가 그 사람의 뇌리 속에 새겨지길 기대하고, 바란다. 그러한 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스티커 메시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6가지 법칙을 잘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때문에 이 책의 목적도 그러한 방향에 맞춰져 있지 않다. 어디까지나 책 '스틱!'의 목적은 좋은 메시지를 알아보는 안목을 기르는 데에 있다. 가령 당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개선을 위해, 당신은 이건희 회장처럼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다 바꿔라!'라는 만들어 혁신을 주문할 수도 있고, 단순히 이건희 회장이 했던 그 말을 인용할 수도 있다. 당신만의 스티커 메시지를 만들어 사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꼭 그럴 필요는 없다. 후자의 경우라도 당신에게는 충분할 테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메시지가 좋은 메시지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감각을 길러야 한다. 기회는 준비하는 자에게 오는 것처럼, 좋은 메시지 역시도 준비되어 있는 사람,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에게 오기 마련이다. 우리가 굳이 스티커 메시지를 만들어 낼 필요는 없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생겨나는 일을 바탕으로 적절하게 비유를 사용하면, 그것이 곧 스티커 메시지가 될 수 있으며, 그리고 우리가 쉽게 내뱉는 이야기 속에서 스티커 메시지의 조건이 발견된다면, 이것을 그대로 인용하여 사용할 수도 있을 테다. 때문에 책 '스틱!'에서 언급하는 좋은 메시지의 6가지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꼭 알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Stick 스틱! - 8점
칩 히스.댄 히스 지음, 안진환.박슬라 옮김/엘도라도

'뇌리에 착 달라붙는 스티커 메시지' 창조의 법칙. 이 법칙은 책으로 출간되기 앞서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스티커 메시지 만드는 법'이라는 강의로 탄생했고 곧바로 스탠퍼드 대학교 최고 인기 강의이자 미국내 최고의 마케터, 파키라이터, 작가들이 앞 다투어 듣고자 기다리는 명강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