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통신위원회의 일부 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것과 관련해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기능 이관에 따른 논란이 빚어지게 된 것은, 이번 조직개편안에 따라 청와대가 방송계를 장악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부분이고, 때문에 민주당은 '방통위의 기능 중 90% 이상은 그대로 남아있어야'한다며 주장하며, 새누리당은 '방송정책 부처 이관은 계획에 없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두 당 모두 미래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이 될 ICT관련 정책을 한 개의 부서에 집중시켜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 부분에서는 이견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문재인 전 대통령 후보 역시도 ICT관련 정책을 모두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부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두 정당 모두가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ICT는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의 준말로, IT로 알려진 정보기술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나, 보다 정확한 의미는 기존의 IT에 Communication 기능을 포함시킨 개념으로써 IT보다 더 넓은 범위를 포함한다. 기존의 IT가 전자기기에 국한되었다면 ICT는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기기(C-P-N-D)모두를 담고 있다. ICT 산업의 특징은 각각의 것들이 별개라고 생각했던 부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 전화는 휴대폰, 인터넷은 컴퓨터로 사용했다면 오늘날에는 그 두 가지의 뚜렷한 구분점이 없다고 보면 되겠다.

 

ICT산업의 특징이 바로 그런 경계를 허무는 데에 있는 만큼, ICT산업 내부에서도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4인치, 7인치, 10인치로 나뉘던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경계역시도 6인치대의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이를 패블릿(Pablet)이라 부르는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이렇게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은 비단 ICT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많은 경계들이 사라지고 있는 이러한 오늘날을 '당신이 알던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의 저자 조용호는 '빅블러 시대'라고 표현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검정색 차를 원한다?

 

 

헨리 포드는 공장에 컨베이어 벨트를 최초로 도입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 끌어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높아진 생산성으로 인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동차를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이러한 생산방식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제품의 수만큼의 생산라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만큼 생산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헨리 포드는 이미 그러한 사실을 알았던지 '모든 사람은 검정색 차를 원한다'라고까지 이야기 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헨리 포드의 그런 말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가 언급한 자동차에만 국한하여 보더라도 오늘날 시중에 나와 있는 차량의 종류나 디자인, 색깔만 하더라도 수백 가지가 되고, 이는 자동차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제품에서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지금의 사람들은 '검정색 차'만을 원하지 않고, 보다 다양한 기능, 그리고 남들과는 다른 디자인의 차량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 그러한 오늘날의 특성이 앞서 언급했던 '빅블러 시대'를 태동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다.

 

코카콜라의 경쟁업체는 펩시콜라?

 

 

저자는 빅블러 시대가 태동할 수 있었던 기저의 변화들, 즉 그 원인으로써 다섯 가지를 꼽는다. 각각 '인구고령화', '경기침체와 저성장', '다극화/개인화 사회', '초연결사회', '환경문제와 사회적 가치 대두'가 그것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원인들이 있을 수 있으나, 이 중 오늘날 경계를 없애는 데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변화는 바로 '다극화, 그리고 개인화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점점 개인화되어 가는 사회현상은 사람들을 서너 가지 그룹으로 일반화 시켜 제품을 생산하던 일반적인 마케팅 방식을 옛날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헨리 포드의 그러한 말이 오늘날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렇게 경계가 사라지기 위해서는 사회가 개인화되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한 가치를 사람들이 중요시여길 필요가 있다. 사회가 다양한 가치를 중요시 여긴다는 것은 사람들이 특정한 제품에서 기대하는 것들이 개개인마다 모두 다르게 된다는 의미이다. 콜라의 예를 들어본다면, 그 옛날의 사람들이 콜라에서 기대하는 것은 '청량함'정도였을 테나 오늘날의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여기에 '건강'이라는 요소가 추가된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콜라 생산 업체에서는 다이어트 콜라를 출시하게 된다. 기존의 제품 라인업은 '콜라'라는 제품 하나였으나 다양한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새로운 제품을 생산한 것이다.

 

그러나 다이어트 콜라도 어디까지나 콜라이고, 건강을 보다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콜라를 소비하지 않고 다른 음료를 찾게 될 것이다. 보다 긴 안목에서 바라본다면, 콜라의 경쟁상대는 다른 콜라 업체가 아니라 같은 음료 시장에서 싸우고 있는 건강음료나 생수 등이 될 것이다. 코카콜라에서 비타민 음료인 '비타민 워터'를 만들어 시장에 출시한 점 역시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기 위해 콜라의 이야기만 하고 있지만, 이 이야기는 이 분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다른 분야에서 역시도 이러한 변화를 찾아볼 수 있다.

 

사고파는 고전적인 경계의 소멸

 

 

사회에서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업체가 지금보다 더 넓은 안목으로 시장을 바라보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이와는 전혀 다른 방면에서의 경계 역시도 허물어지고 있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변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기본적인 경계이다. 이전까지의 두 분야의 개념이라 함은, 그 단어가 뜻하고 있는 바대로, 생산자는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자는 생산된 제품을 소비하는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기술발달로 인해 그 경계는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 무슨의미인가를 생각해보기 위해서는 드라마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국내 드라마 현장은 항상 열악한 제작환경으로 다른 나라의 드라마 제작 현장과 비교되기 일쑤이다. 대개 문제되는 부분들은 쪽대본과 그로인해 촬영에 시간이 쫓기는 것 정도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쪽대본으로 제작되는 드라마가 시청률이 높은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배우 정만식이 '드라마의 제왕은 쪽대본이 한 번도 없었다'라고 하자 '그래서 시청률이 안 나온 게 아니냐?'라고 받아치는 부분에서 쪽대본과 시청률의 연관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쪽대본으로 제작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시청자들의 분위기를 살핀다는 이야기이고, 이로 인해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청자가 드라마의 제작에 영향을 끼치는 것들 역시도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오늘날의 현상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테다.

 

보고만 있을 것인가, 아니면 대비할 것인가?

 

 

몇 가지의 예를 들었지만, 이 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이미 경계는 사라지고 있다. 대형 광고 업체에게 일방적으로만 의존하던 기존의 광고 방식에서, 소비자를 이용한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생겨나고 있고, 실제로 존재하는 '제품'을 판매하던 이전의 방식에서, 보이지 않는 '서비스'와 '기술', '재능'등을 판매하는 등, 이미 수많은 곳에서 기존의 경계는 사라져가고 있다. 이렇게 경계가 사라지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사실 이러한 현상에 따른 특별한 대처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문제의 해결방법은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에 있다. 마찬가지로, 현상에 대처하는 방법 역시도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기존 휴대폰 시장을 선점하던 노키아는 애플에서 아이폰이 나와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음에도 넋 놓고 있다가, 스마트폰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도태되었다. 반면 애플에 비해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에 비록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오늘날 스마트폰 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가져가며 스마트폰계의 명실상부한 1위 기업의 기염을 토하고 있다.

 

물론 애플처럼 미리 시장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할 수도 있을 테다.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할 테지만 그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다른 경계 속에 사는 이방인이 자신의 경계에 침범해, 자신을 몰락시키려한다면, 현실을 잘 파악해 즉각적으로 대처해야만 한다. 삼성과 애플의 경우처럼, 이미 그런 현실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서 넋 놓고 있을 필요도, 포기할 이유도 없다. 지금이라도 현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면 늦지 않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여러분이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빅블러의 시대를 보다 자세히 파악해 대비하고자 한다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 될 것이다.

 

 

당신이 알던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 - 6점

조용호 지음/미래의창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은, 당신이 알고 있던 경계와 틀이 무너지고 사라진다는 것이다. 경계가 무너지든 사라지든 나는 내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경계가 사라지는 현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 대처하는 방법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