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애덤 스미스에 의해 시장 경제라는 개념이 만들어진 이래로 시장은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도구로서 작동해왔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시장 경제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은 당시 금융 위기의 원인으로 탐욕을 이야기하지만,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은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먼저 샌델은 지난 30여 년간 이전에는 시장을 통해 거래되지 않던 것들이 시간이 흘러가면서 거래되기 시작했고, 이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이런 사회를 ‘시장 사회’라고 부르며 시장의 도덕적 한계가 점점 허물어져가고 있는데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다.


2012년에 출판된 마이클 샌델의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시장 경제에서 ‘시장 사회’로 변해감에 따라 시장의 도덕적 한계가 무너져 가는 오늘날 현실을 조명하고 있다. 책은 5꼭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새치기, 인센티브, 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 삶과 죽음의 시장, 명명권이란 제목을 통해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여러 이야기를 바탕으로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두 가지 정도로 압축시켜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시장은 재화의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는 도구인가?’라는 것과, 두 번째로 ‘시장이 재화의 가치를 변질시키는 경우는 없는가?’이다. 두 가지 질문을 통해 샌델은 불공정과 부패라는 단어를 이야기한다. 


시장은 재화의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는 도구인가?


책에서 중요하고 다뤄지고 있는 두 가지의 개념인 불공정과 부패 가운데 불공정은 시장이 재화의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하지 못하는데서 발생한다. 책에서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야구 경기나 연극같이 같은 시간에 사용할 수 있는 총 재화의 양이 한정되어 있는 경우를 언급하고 있다. 자유 시장 옹호자들은 이와 같은 재화를 분배하는데 있어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공연이 주는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한다면, 입장권의 가치를 자유 시장에 맡기는 것이 좋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공연을 보고자 하는 사람이 공연에 두는 가치가 가장 클 것이기 때문이다.(54p) 하지만 어떤 재화에 기꺼이 가격을 지불하려는 것이 꼭 해당 재화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져 평가된 재화의 가치에는 단순히 지불하려는 마음만이 아니라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55p) 즉, 시장은 높은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부족해 외야석에 앉지만 선발 타자들의 타율을 하나하나까지 자세히 꿰고 있는 사람보다, 지불할 경제적 능력이 충분해 비싼 돈을 들여 포수 뒷자리에 앉는 사람이 야구 경기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결국 시장의 가치가 재화의 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불공정한 현상이 발생한다. 재화에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있음에도 지불할 능력이 부족하여 재화가 불공정하게 분배된다는 것이다. 오늘날 시장의 영향력이 갈수록 증가함에 따라 이와 같은 불공정한 현상은 보다 광범위한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요컨대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료 예약권의 암거래는, 당장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이 지불 능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를 만들어 낸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그것이 삶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의료, 교육 등 삶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임과 동시에 그것이 공적인 요소일 경우 시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공정은 위험한 문제가 된다.


시장이 재화의 가치를 변질시키는 경우는 없는가?


시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불공정 수준에 그치게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재화별로 나름의 평가 기준에 따라 분배하게 된다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의료 서비스라면 증상의 위급 정도에 따라 예약권을 나눠주는 방법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시장이 재화의 가치를 변질시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이스라엘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부모들이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에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행동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히려 벌금 제도가 시행된 이후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경우는 이전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 기존의 관점이라면, 돈을 내기 싫어서라도 아이를 빨리, 최소한 제 시간에 데리러 와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샌델은 이런 현상을 재화의 가치가 시장에 의해 변질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즉, 아이를 늦게까지 돌보는 선생님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과 같은 비시장적 규범으로 대신 되던 재화의 가치가 벌금이라는 시장 가치로 변하면서 벌금은 ‘아이를 늦게 찾아가도 되는 서비스 비용’으로 인식되었다는 것이다.(166p) 비슷한 사례로 스위스의 볼펜쉬셴이라는 한 지방에 핵 폐기장을 건립하려던 계획이 있다. 스위스 정부는 사업 계획 초기 이곳이 스위스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니 여기에 핵 폐기장을 건립해야 한다며 지역 주민에게 사업 찬반에 대해 물었다. 당시 지역 주민 가운데 51%가 이에 찬성했다. 이 후 스위스 정부는 공식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매년 6천유로의 재정적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다시 지역 주민에게 사업 찬반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찬성은 기존에 비해 절반 수준인 25%로 감소하였다. 핵 폐기장 건립이 갖던 공공을 위한 희생, 시민으로서의 의무와 같은 비시장적 규범은 옅어지고 재정적 인센티브가 ‘안전을 파는 대가’로 인식됨에 따라 찬성표가 감소한 것이다. (162p)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린이집이나 스위스 정부 모두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 뒤에 재정적 인센티브나 벌금을 철회했지만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한 번 훼손된 비시장적 규범은 다시 회복되기 어려웠던 것이다.


시장은 어디까지 사용되어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점들이 있음에도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시장이 중요한 가치 판단 기준이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어떤 기준보다 시장으로 가치 판단을 하는 것이 가장 간편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최근 가뭄이 지속됨에 따라 비가 내렸다 하면 그날 내린 비의 경제적 효과가 얼마인지를 설명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때 경제적 효과를 결정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수치는 조건부가치측정법으로 ‘가뭄으로 받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대가로 얼마까지 지불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것으로 결정된다. 2009년 국내에서 최초로 측정된 가뭄고통비용은 약 3만 원가량이 나왔다. 가뭄으로 인한 고통이라는 추상적인 가치를 3만 원이라는 가치로 계량화 한 것이다. 이와 같은 계량화는 이해하기도 쉬우며, 고통의 크기를 전달하기도 간편하다. 책의 내용에 빗댄다면 3만원 이라는 가뭄고통비용의 가치는 개인의 지불 능력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기에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 가치 기준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시장이 제공하는 가치 평가는 간편함과 명료함에 있어서 다른 어떤 측정 방법보다 효율적인 도구로 보인다. 그렇기에 기존의 비시장적 가치에 의해 지배받던 곳까지 이제는 시장적 가치에 의해 지배받기에 이르렀다. 아이들의 책 읽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책 읽는 것의 의미나 장점 등을 설명해주기보다는 돈을 통해 행동을 유도하고, 다른 사람이 사망할 시 보험금을 지급받는 생명보험을 매매하는 전매제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시장 자체는 효율적인 도구다. 책을 통해 저자 역시도 ‘시장 경제는 생산 활동을 조직하는 소중하고 효과적인 도구다’(29p)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가치가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간 사회(29p)는 불공정과 부패로 대표되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사회이다. 그렇다면 인간 활동의 영역 가운데 시장 가치가 스며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은 어디인가? 책 속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시장이 작동하지 말아야 할 곳은 분명히 존재하며, 이를 결정하거나 또는 해결하는 것은 독자와 우리 사회의 몫으로 남겨 놓고 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자본주의의 성장일변도 속에서 시장만이 유일한 해답이었고, 그래서 경제를 성장 시켰다는 이유만으로 과거 독재 정권에도 면죄부를 주곤 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시장의 도덕성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었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이 그랬듯 우리 역시도 이제는 이를 논의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책을 통해 샌델이 전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어 질리는 감이 없잖아 있으며, 샌델의 이전 책이 그랬듯 명확한 답을 얻고자 하는 독자 역시도 만족시켜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하며 논의해야 하는 시장의 도덕성에 대한 철학적 프레임을 제공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2015.09.17 rev.0 서평 작성

2017.10.08 rev.1 재작성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10점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와이즈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