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난민 수용으로 인한 문화적인 충돌이 큰 문제가 됨에 따라 유럽 전체에서 난민 수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난민 문제가 발생하던 초기에 비해 현재 여러 나라들이 난민 수용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와 같이 난민을 수용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를 만들었던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 터키 해변에서 형, 그리고 엄마와 함께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 된 세 살짜리 아이 쿠르디의 사진이었다.이 사진은 ‘파도에 휩쓸린 인도주의’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결국 쿠르디의 마지막 모습은 난민 수용에 있어서 긍정적이지 않았던 유럽의 국가들이 난민을 향해 걸어 잠갔던 빗장을 푼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한 아이의 주검 사진이 화제가 된 이후에서야 난민 문제가 해결되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에서 두 가지의 생각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이라도 해결을 위해 노력하게 되었으니 다행이라는 것과, 아주 잔인한 피해자의 모습을 봐야지만 도덕적인 감각이 깨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것. 이번 글에서 다룰 책 ‘도덕적 불감증’은 후자의 내용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책이다.

 

“어떤 것이 사회를 동요시킬 수 있으려면 그것은 정말로 뜻밖이거나 아주 잔인해야만 한다. (중략) 오로지 충격적이고 파괴적인 자극에 의해서만 사회적 본성과 주의가 깨어나는 무감각한 개인은 많은 부분 대중매체의 결과이다. (중략) 상투적인 것들은 누구의 흥미도 끌지 못한다. 어떤 종류이든 사회의 시선을 끌려면 스타가 되거나 피해자가 되어야만 한다. 자네가 관찰했듯이 오직 유명 인사나 유명한 피해자민이 자극적이고 무가치한 정보들로 배부른 사회의 주목을 기대할 수 있다.” (71~72p)

 

비슷한 맥락에서 프랑스 파리서 IS에 의해 자행된 테러를 생각해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IS의 이러한 테러에 분노했고, SNS를 통해 희생자들을 애도했으며, 특히 페이스북 같은 경우는 많은 사용자들이 자신의 프로필 사진에 프랑스 국기를 덧씌우면서 애도를 표했다. 그러나 우리는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상적인 불평등, 요컨대 소득과 기회의 불평등과 같이 만성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 앞에서는 놀라우리만큼 침묵을 지킨다.

 

물론 비슷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면 같은 자극에는 무감각해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전쟁 동안에 일어나는 폭력과 살해의 일상화는 사람들이 전쟁의 참사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상태를 초래(71p)”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오늘날 우리가 다양한 대중매체, 그리고 SNS를 통해 자극에 지속적으로 계속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고, 이에 대해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지속적인 자극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자극에 반응하기를 멈추도록 만들며, 그래서 사람들은 더 강력한 몇 몇 사회적, 인지적 자극에 대해서만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71p)” 책은 이에 덧붙여서 “자신은 알려지지도 보이지도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다른 사람을 아는 것은 동정과 인간적 공감을 파괴한다.(364p)”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가능해진 이러한 행위들이 지속적인 자극과 더불어 우리의 도덕적인 감수성을 상실시켜 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상실되고 있는 우리의 도덕적인 감수성을 어떻게 하면 회복시킬 수 있을까. 책은 말미에 “다만 사랑, 우정, 충성 그리고 그것들의 정직하고 충실한 산파인 창조의 정신으로는 그것이 가능했다.(371p)”라며 남녀 간 사랑이나 친구 간의 우정이 도덕적인 감수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 말하고 있다.

 

내용 자체가 어려운 말을 하고 있지는 않다. 관련 배경지식이 있다면 이해가 쉽지만, 몰라도 책을 읽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원문 자체가 번잡해서인지, 아니면 번역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책 자체가 매끄럽게 읽히지는 않는다. 제시된 대안 역시도 다소 빈약해 보인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 사회의 도덕적 불감증을 잘 진단하고 있기에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문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문제 해결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도덕적 불감증
지그문트 바우만.레오니다스 돈스키스 지음, 최호영 옮김/책읽는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