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무업자는 ‘게으른 청년들’의 문제인가

 

요새 취직하기 힘들다던데. 불황 아니냐 불황. 응? 그래도 우리나라 백수 애들은 착해요. 거 텔레비전에서 보니까 프랑스 백수 애들은 일자리 달라고 다 때려 부수고 개지랄을 떨던데. 우리나라 백수 애들은 다 지 탓 인줄 알아요. 응? 지가 못나서 그런 줄 알고. 아우, 새끼들. 착한 건지 멍청한 건지. 다 정부가 잘못해서 그런 건데. 야, 너, 너 욕하고 그러지마. 취직 안 된다고. 네 탓이 아니니까. 당당하게 살아. - 영화 ‘내 깡패 같은 연인’ 중


불황이 오래될수록 자기개발서가 잘 팔린다. 그리고 이러한 자기개발서도 시대에 따라서 그 나름의 흐름이 보인다. 과거의 자기개발서는 개인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소위 긍정심리학에 근거한 책들이 많이 팔렸다. 이러한 책의 요지는 실패는 너의 문제이지만 마음만 달리 먹으면 누구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와는 반대로 어쩔 수 없는 실패이니 상심하지 말라는 ‘힐링’류의 책이 잘 팔린다. 이러한 변화가 아무렇지 않게 보일수도 있지만 사회 전반을 놓고 본다면 중요한 의미를 갖게된다. 즉, 오늘날 ‘노오력’과 ‘금수저’로 그려지는 세대 및 계층 간의 갈등, 청년층의 좌절에 미뤄봤을 때 자본주의 경제의 근간이기도 한 ‘노력’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얻을 수 있다는 ‘능력주의’에 대한 믿음이 부정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다수의 기성세대들은 여전히 노력을 통해 성공할 수 있음을 믿고 있다. 아르바이트 중 급여 체불 등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해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나쁘게 먹은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14년 12월 26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생과 함께 하는 청춘 무대'에서 아르바이트 시 부당한대우를 받는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대학생의 질문에 대한 답변인) 모 정치인의 발언만 보더라도 어떤 시각을 보이고 있는지는 분명하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있어서 중소기업 인력부족 현상, 대기업이나 공기업 선호 현상, 청년일자리 부족 등 현재 노동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문제들은 대부분 청년 그들의 문제이다. 과거와는 달리 현재의 청년들이 편한 일만을 하려고 하고, 게으르고, 인내력이 없기에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사실일까. 오늘 다루려는 책 ‘무업 사회’는 오늘날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미리, 그리고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전달하고 있는 책으로, 앞서 살핀 청년 문제를 향한 기존의 시선을 소개하면서, 그와 같은 경우가 일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문제 해결에 있어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비구직형 및 비희망형 청년들은 구직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게으르다’거나 ‘의욕 부진’ 때로는 ‘근성이 없다’라는 투의 여론몰이식 비난을 받아 왔고, 우리는 이러한 채찍질이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의 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다고 생각했다. (p17)

 

청년은 일하고 싶다

 

책 ‘무업 사회’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1부에서는 무업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2부에서는 일한다는 것의 의미를 살펴보고 있다. 1부에서는 ‘누구나 무업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무업 상태에 처하게 되면 그로부터 빠져나오기가 힘든 사회’(p26)인 무업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몇 가지의 중요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첫 번째로, 청년 무업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문제이며,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두 번째로, 청년 무업자들의 문제는 청년 그들로 인한 문제가 아니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오해를 해소하고자 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무업 사회가 어떻게 등장하게 된 것인지 일본 사회와 경제적인 배경을 살펴보며 끝으로는 청년 무업자의 문제가 장래 일본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될 것이며 때문에 이를 반드시 해결해야 일본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책 ‘무업 사회’는 1부 3장을 통해 청년 무업자에 대한 다양한 오해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일하지 않는 청년에 대한 오해는 앞서 살펴봤듯이 ‘하고 싶은 일만 하기 위해 일을 고르고 있다’라거나 ‘본인의 의지의 문제’, 혹은 ‘자신의 문제를 개선하고 싶지 않아 함’과 같은 것들이다. 책 ‘무업 사회’는 다양한 통계 자료들을 인용하여 오해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하나의 예를 든다면, 청년 무업자들을 향해 있는 일반적인 시선인 ‘일할 의욕이 없는 존재’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들의 75.5%가 취업을 한 경험이 있다는 통계를 들고 있다.

 

무업 청년에 대해 ‘일할 의욕이 없는 존재’라고 단정하여 바라보는 시각이 많은데, 그렇다면 청년 무업자의 75.5%가 과거에 일을 해 본 경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취업 경험자 중 정사원 경험이 있는 청년은 33.6%, 비정규 사원 경험은 41.9%로 나타난다. 청년 무업자 네 명 중 세 명은 과거에 일한 경험이 있는 반면에 한 번도 일한 적이 없는 청년 무업자는 불과 24.5% 정도이다. (p127)


다양한 오해를 풀어 나가면서 책은 상당수의 청년들은 일을 하고 싶어 하고, 그 일을 얻거나 혹은 잘 해 나가기 위해서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고 있다.

 

청년이 안고 있는 고민들은 개별적으로 상당히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원하고 있는 지원이 무엇인지를 분석해 보니,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을 현실화하기 위한 도움을 원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취직했을 때에는 새로운 업무, 새로운 직장 환경에서 잘 적응해 내고 싶어 했다. (p138)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청년 무업자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대적으로 청년층은 다른 사회 계층에 비해 약자라고 인식되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청년 세대에 특화된 지원 정책을 활발하게 펼쳐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사회적으로 청년 계층이 약자라고 인식 되지 않는 것 외에도 재원의 한계, 지원이 필요한 다른 계층들이 존재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정치적으로 고령 세대에 더 많은 투표권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계속하여 권력을 잡고자 하는 정치인들에게 있어서 고령 세대를 무시하고 청년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것 역시도 정치적으로 부담이 있다.

 

정치적으로도 고령 세대에 더 많은 투표권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청년 세대에 특화된 지원 정책의 확충을 우선적으로 실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p161)


유권자의 눈치만을 살피고 다수의 유권자 그룹의 입맛만을 만족시키는 정책을 펼치는 것 역시도 올바른 정치의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령 세대의 입맛을 살필 수밖에 없는 현실에 어느 정도 공감은 한다. 그렇다면 청년 세대를 위한 지원 정책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이 선결되어야 할까. 책 ‘무업 사회’에서도 언급하듯이 청년 무업자로 인한 문제가 청년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문제라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책은 여러 통계를 통해 향후 청년 무업자들이 복지 재정에 어떤 부담이 되는지, 그리고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여 경제 활동을 하게 만들어 줬을 때 어떤 이득이 있는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청년 무업자의 문제가 모두의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당사자 책임’이라고 잘라 버리더라도 실제로 청년 무업자는 존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한다면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액수의 사회보장비를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문제는 결국 되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청년 실업률 증가와 취업 구조 변화에 따라서 이제는 청년 세대 누구나 청년 무업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세대별 구분을 넘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p170)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청년 무업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1) 현 단계에서 곤궁한 사람을 긴급히 구제할 것, (2) 이미 청년 무업자가 된 사람을 빨리 취직할 수 있도록 독려할 것, (3) 또한 무업 상태가 되어 버렸다고 해도 다시 한 번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는 기회와 시스템을 사회 안에 구축할 것 이외에는 없다. (p174)


책은 단호한 어조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청년 무업자 문제를 세대 간 갈등으로 바라보는 것도, 당사자의 책임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아무런 해결책도 되지 못하며, 또한 회보장제도를 통해 우리 사회 모두가 청년 무업자 문제와 연관되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청년 무업자 문제는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어야 하지만 다양한 사회 시스템과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 등이 해결에 있어 걸림돌로 남아있다.

 

이를 위해 책에서는 여러 해결방안들을 나름 제시하고는 있으나, 결과적으로 이 모든 것들은 사회 전체의 공동체 의식, 청년 문제가 모두의 문제임을 인식하는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의식적인 변화가 선행되어야만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사안들이다. 책 ‘무업 사회’가 여러 해결책을 자세히 제시하기 보다는 청년 무업자의 문제에 대해 명확히 정의하고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 많은 지면을 활용한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무섭도록 비슷한 우리와 일본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사례와 통계들은 전적으로 일본의 것이며 일본의 내용이다. 그렇지만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책에 등장하는 국가 명, 기관명만 우리의 것으로 바꾼다면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느껴진다. 저출산 고령화에 청년층의 일자리 문제로 인한 생산력 감소, 한 번 밀려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사회 구조 뿐만이 아니라 지금의 일본이 가지고 있는 사회복지체제가 생겨나게 된 경제적 배경 등 모든 것이 우리와 비슷하다. 특히 신규졸업자 일괄채용, 종신고용, 연공서열형 임금 제도가 점점 사라져가는 노동 시장의 모습마저 지금의 우리와 같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기존의 고용 센터에 복지 업무를 추가하여 고용과 복지를 하나의 개념으로 보고, 다양한 청년 지원 대책을 운영 중에 있으나 실제 현장에 있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는 것은 크지 않은 것으로 느껴진다. 또한 아직 국내에서는 청년 무업자의 세 가지 부류 가운데 일을 하고자 하는 구직형에 대한 지원만 이뤄질 뿐, 비구직형이나 비희망형과 같이 일을 하고 싶으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과 모두 하지 않는 청년에 대한 지원은 미약한 실정이다.

 

청년 무업자의 문제를 잘 해결해나갈 수만 있다면 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력 감소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뿐더러 과도한 복지 지출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안정적인 삶을 바탕으로 저출산 문제 까지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지금 당면해 있는 여러 문제의 근본 원인이기도 한 청년 일자리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일본의 전철을 밟기 전에 미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먼저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책 ‘무업 사회’를 읽어 보는 것은 어떨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무업 사회
구도 게이.니시다 료스케 지음, 곽유나.오오쿠사 미노루 옮김/펜타그램